군에서 한비야 씨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였던 것 같다. 그 책에서 자연을 지키기 위해 세수 할때도 물을 계속 틀지 않고 아주 아껴서 쓴다는 내용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 이후 나도 환경을 지키기 위해 텀블러 쓰기, 물 아껴쓰기 등의 활동을 열심히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현타'가 오긴 했다. 내가 하는 이런 작은 행동이 과연 환경을 지키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무려 회사 이름에 '환경'이 들어가는 곳에 입사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설립된 회사에서는 환경이 잘 지켜지고 있지 않았다. 가장 깜짝 놀란 것은 너무 많은 양의 종이컵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루에만 해도 종이컵이 두 줄 가량 사용되고 있었다. 환경을 지킨다는 회사의 목적과는 아주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가 나서서 머그컵을 사용하자고 독려도 해보았지만, 불편하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머그컵을 쓰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환경 문제, 이 책에서 말하는 기후 위기Climate Crisis 는 아주 가까이에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대한민국에는 '열섬'이 뜨거운 단어로 부상하고 있다. 탄소 국경세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기업들의 ESG활동도 주목 받고 있다. 환경은 앞으로 더 많이 우리 삶에 파고들 것이고, 숨통을 조여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은 거창하지 않다. 작은 일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속 텀블러 쓰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의 활동을 지속해야 겠다. 내가 살고 있는 작은 상자를 벗어나 이 상자가 놓인 더 큰 지구와 자연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 단순히 해수면이 몇 센티미터 오른다는 숫자만 볼 게 아니다.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인해 가장 뜨거워진 곳은 바다이다. 바다의 수온 상승은 태풍 피해를 키운다. 태풍은 수증기가 많고, 수온이 27도씨 이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원래라면 태풍이 바다를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수증기가 꺼지고 서서히 힘을 잃어야 하는데,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따뜻한 물이 올라와 태풍의 에너지원인 수증기가 된다. 태풍이 오히려 막강해지는 것이다. 육지를 강타한 태풍이 바다에서 다시 힘을 얻고 또다시 육지를 강타하는 패턴이 이어지면서 막대한 피해를 준다. (23)
* 이것이 환경 문제의 핵심이다. 경제 활동의 외부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어떤 일이 유발하는 환경오염과 그것을 회복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 말이다. (42)
* 인류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지구 자원을 소비할 때 예상되는 재해와 생태계 변화로 인해 발생하게 될 경제적 손실을 분석한 결과이다. 한국은 향후 30년간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원)의 손실을 입는다. (46)
* 코로나 19는 시작에 불과하다. 세계보건기구와 IPCC는 기후위기로 인해 앞으로 감염병이 더 자주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49) 앞으로 기후위기가 계속되면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안에 있던 박테리아가 노출될 것이고, 부패가 지연되거나 멈춰있던 독식물 사체의 부패가 진행될 것이다. 그러면 사체 안에 동결되었던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오며 또 다른 전염병을 불러올 수 있다. 시공간으로 단절된 서로 다른 생태계가 갑자기 부딪치고 충돌하는 것이다. (50)
* 누구나 환경 난민이 될 수 있다.
시리아 난민 문제의 배경에는 기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그걸 우리와 상관없는 일, 우리와 멀리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을까. 당장 유럽 각국에 시리아 난민을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전 세계에는 국가주의가 강화되고 외국인 혐오가 고개를 들었다. 시리아 난민 문제는 기후위기가 야기할 현실으ㅢ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 누구나 환경 난민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57)
* 이전의 데이터는 틀렸다.
우리는 경제를 추산할 때 생태계에 입히는 손해는 계산하지 않는다. 소고기 한 팩을 살 때, 그 가격에는 환경이나 건강 등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손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전 세대가 조언해 주는 전략, 그려주는 미래의 그림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맞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미래 계획을 이제는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봐야 한다. (61)
* 우리는 너무 작다는 말
실제 환경 관련 강연을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한국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에 너무 작다. 다른 나라가 나서야 한다." 식의 반응이었다. 기후는 국경에 국한되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의 책임은 절대 작다고 할 수 없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이라는 게 있다. 인류가 지구 자원을 사용한 양과 배출한 폐기물 규모가 지구의 생산 능력과 자정 능력을 초과하는 날이다. 2019년 기준으로 미국의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3월 15일, 한국은 4월 10일로 다른 나라의 수준을 훨씬 웃돈다. (63~65)
* 가장 저렴한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것
오염이 가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비자 가격만으로 판단해 '더 저렴한' 옷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속임수다. 몇 번 입고 버리는 옷은 그만큼 더 환경을 오염시키며, 우리에게 더 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의 기준치를 올려야 한다. 음식을 먹을 때는 이게 건강에 좋은지, 옷은 오래 입을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옷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71)
* 분리수거만 잘하면 충분할까
우리가 분리배출한 플라스틱이 사실 그렇게 많이 재활용 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가 분리배출한 플라스틱 포장재 중 14%만 재활용을 위해 수거된다고 한다. 또 전기 아끼기 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쓰는 에너지가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화석 연료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에너지를 아껴 쓰는 것도 좋지만, 에너지 생산 방식을 바꾸는 것이 더 효과가 크다. 분리수거, 분리배출, 전기를 아껴쓰는 것, 기본이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것이 어떤 시스템 속에 있는 것인지 확인하고, 그 시스템이 지속가능한 구조인가를 따져야 한다. (75-77)
* 책임에도 정도가 있을까
폭력이 눈앞에 벌어지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방조죄이다. 우리는 우리 땅이 물에 잠기고 숲이 불타며 동식물이 멸종해 결국 우리 숨통을 조이는 현실을 방조하고 있다. 어떡할 줄 몰랐다고 해도 방조한 것이고, 범행을 돕는 줄 몰랐다고 해도 이미 동조한 것이다. 우리는 잘못을 퍼센티지로 따지면서 발을 빼고 싶어 하지만, 잘못은 있거나 없거나 하는 문제이다. 죄는 유무의 문제이며, 정도를 따지는 건 형을 선포할 때나 필요한 것이다. (83) 더 많이 갖고 더 잘 살려고 한 욕심이 결국 생태계를 망친 것이다. 그 원인, 그 욕심은 어느 한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 (85)
* 미세먼지라는 나쁜 표현
명백한 문제를 문제의식 없는 말로 표현하는 건 사람들이 문제를 인정해야만 하는 현실이 닥쳤음에도 그것을 얼마나 외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미세먼지는 대부분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주로 자동차나 화력 발전소 등에서 연료를 태우면서 만들어지며, 그 성분도 대부분 황산염, 질산염, 탄소류와 검댕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13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사람 몸에 질병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90)
* 탄소 배출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IPCC는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수준에서 45% 감량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 붕괴의 최후 저지선인 1.5도씨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을 극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에 관한 정보가 널리 알려져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로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탄소 배출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과세하거나 제재를 가해 기업이 탄소 배출량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정보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94-95)
* 거꾸로 가는 미국 정부
기후위기로 여타 국가가 막대한 GDP 손실을 입는 동안 러시아는 GDP 손실 리스크보다 오히려 해상로 개척과 자원 개발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98)
* Green is the New Red
얼마 전 <<Green is the New Red>>라는 책일 읽었다. 환경과 관련해 정치를 바꾸려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급진파'로 낙인찍히는가에 관해 쓴 책이다. 기업을 비판하고, 소비를 자제하며 기업 이익을 위협하는 환경운동가와 동물복지운동가는 기업에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9.11 테러가 일어나면서 바로 이들을 내쫓을 핑계가 만들어졌다. '테러' (101)
*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멸망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상상해봐야 한다.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지 말아야 한다. 정치인을 뽑을 때도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뽑지 말아야 한다. (107)
* 우리가 가진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선거할 때 투표권, 물건을 살 때 지불하는 돈이 바로 나의 선택권이다. (108) 주식투자 할 때도 ESG를 철저히 지키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도 투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먼저 요구해야 한다. 정부나 국회가 충분할 정도로 움직이지 않는 건, 우리가 그만큼을 요구하지 않아서이다. (108, 110)
* 온실가스의 주범이 소라고?
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이유는 산림을 없애 농장을 만들고 가축을 키우면서 자연이 가진 탄소흡수원을 없애기 때문이다. (113) 양과 소는 소화과정에서 메탄을 배출하는 반추동물로,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강력한 온실가스이다. (114)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채식주의자 되는 일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기를 조금 덜 먹는 일, 채식 식단을 늘리는 일, 음식남기지 않는 실천 정도는 할 수 있이 않을까 (114)
* 판다를 지켜야 하는 이유
우리의 욕심이 멸종위기종을 만든다. 우리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가해자이자 그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우리 몸에 암이 생기는 것과 같다. 암이 발생하면 유기체 전체에 문제가 생기듯 생태계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생태계가 지속가능하게끔 보전하는 일이 우리 생명을 보살피는 일이기도 하다. (128)
* 타일러의 제안, 지구를 위해 실천해야 할 10가지
1. 여름철 냉방은 1도 높게, 겨울 난방은 1도 낮게 설정하기
2. 과대포장한 제품, 선물세트 등 피하기
3.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페트병 대신 투명페트병을 사용하고 분리배출하기
4. 플라스틱 통은 여러 번 재사용하기
5. 음료 마실 때 빨대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하지 않기
6. 수도꼭지를 잘 잠그고 샤워 시간 줄이기
7. 화장지, 종이, 가구 등 모든 목재 및 임산물에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 라벨 확인하기(FSC 인증 라벨 제품을 사용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나무를 선택함으로써 숲과 야생동물을 모두 보전할 수 있다.)
8. 종이를 절약하여 사용하고 재활용하기
9. 가능한 걷거나 자전거 및 대중교통 이용하기
10. 어린 생선(풀치, 노가리, 총알오징어 등) 구매하지 않기
* 직접 잡을 수 있어야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겨울이나 밤, 우유를 짜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밖에서 생활하는데도 아침이면 밖에 나가고 싶어 안달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생각하면 축사에서만 길러지는 소들은 얼마나 괴로울까 싶다. 고등학교 때 경험한 농장은 소를 자유방목하는 방식이었지만, 실제 축산업의 상당수는 대규모 공장식으로 운영된다. 동물들은 분뇨로 범벅이 된 비좁은 공간에서 사육된다. 자연히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취약해서 많은 항생제를 먹고 마시고 맞아야 한다. 우리가 먹는 많은 고기는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른다. 과연 인간이 다른 종에게 이런 병적인 삶을 강요할 수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 참담하고 슬프다. (175)
* 자연의 변화는 손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지구온난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지만, 버몬트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버몬트 사람들의 생계는 주로 자연과 연관되어 있었다. 스키장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는지, 스키장에서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지, 관광객이 언제 찾아와 숙박하는지, 특산품인 메이플 시럽은 언제 만들 수 있는지.... 버몬트 사람들의 삶은 자연 주기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는 변화가 확연히 감지되었다. (182) 높은 산을 개발하고 인공설에 투자할 자본을 갖춘 곳만 살아 남았다. 실제로 198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적설량은 41% 감소했고, 스키를 탈 수 있는 일수는 34일 줄었다. 주민들의 밥줄도 한 달 분량만큼 줄어든 셈이다. (183)
* 나는 오로라를 보며 걸었다.
언제나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 계절에 상관없이 쾌적한 쇼핑몰,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사무실... 우리가 갇혀 있는 작은 상자들은 편하지만, 그 상자를 감싸고 있는 것은 자연이고 지구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갇힌 작은 상자가 편하고 쾌적하기 때문에, 지금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잘 보지 못하는 듯하다. 점점 더워지는 지구의 현실과 그런 뉴스가 별 감흥을 일으키지 않은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다. 우리 존재, 우리가 만든 모든 문명은 자연 안에 있기에 자연의 질병은 반드시 인류의 파멸로 돌아온다. 자연은 '공존'을 말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살펴야 할 우리의 보금자리이다. (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