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점 : ★★★★
* 한줄평 : 건축은 사람을, 사람은 건축을 만든다.
* 적용할 점 : 건물을 건물로만 보지 말고, 그 안의 사람을 읽자
건축이라는 학문 또는 예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아버지가 건축 일을 하시지만, 나는 잘 몰랐다. 건축이라고 하면 아파트, 부동산 투자 정도에 머무르는 것이 나의 생각의 한계였다. 하지만 건축이라는 것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기술'이 아니다.그 건물이 지어지는 배경과 목적,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까지 포함하는 것이 바로 건축이다.
인류 역사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환경의 변화에 맞춰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삶의 모습을 바꾸어 왔다. 건축도 그 과정에서 함께 발전했다. 벽돌을 만들어 아치 구조를 이용했고, 철근콘크리트를 활용해 고층 건물을 만들었다. 이제는 3D 프린팅을 통해 또다른 모습으로 인류는 진화해 나가고 있다. 건축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진화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
단순히 경제 논리로만 건축기술과 건축물을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보다는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그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낼 사회와 문화, 정치 체계 등을 고려해서 이해해야 겠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즉 건축과 건축물에 대한 단편적이고 1차적인 생각을 극복하고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 어느 누구도 건축물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사람은 없다. 심지어 산 속에 사는 자연인도 자연이 선물한 건축물 안에서 살아간다. 그렇기에 다시 한 번 '세계는 거대한 도서관' 이라는 말에 공감하고 동의한다.
좋았던 점 : 건축을 통해 사람을 읽을 수 있는 관점의 제시
아쉬웠던 점 : 다소 방대한 양의 지식에 버겁기도.
* 학교 - 교도소 - 아파트의 관계 (26)
우리나라 학교 건축은 교도소 혹은 연병장과 막사의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공간에서 12년 동안 생활한 아이들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교실로 구성된 대형 교사에서 12년 동안 키워진 아이들을 보면 닭장 안에 갇혀 지내는 양계장 닭이 떠오른다. 남들과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교실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똑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을 편하게 생각할 것이다.
* 학교가 1층으로 낮아지고, 둥근 모양의 천장도 허용되어야 하는 이유 (42)
학교의 저층화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자. 건축과 관련된 사회학을 연구한 로버트 거트만에 의하면 '1,2층 저층 주거지에 사는 사람들은 고층 주거지에 사는 사람보다 친구가 세 배 많다'고 한다.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똑같은 미국 사회인데 유독 혁신 기업들은 서부 캘리포니아에서만 나온다. 애플과 구글도 캘리포니아에서 만들어졌다. 동부에서 혁신적인 기업이 나온 사례는 드물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앞선 연구 결과를 근거로 유추해 본다면 캘리포니아는 지진 때문에 고층 건물이 적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건물이 저층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친구는 세 배 많아지고, 세 배다 너 많은 생각의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 공간의 사분면과 공공의 정주공간 감소 (98-101)
건축가들은 공간을 어떻게 바라볼까? 필자는 공간의 성격을 XY축으로 분할된 사분면으로 나누어 네 가지로 구분한다. 사분면 X축의 왼쪽은 머물러 있는 정주공간이고, 오른쪽으로 갈 수록 이동하는 공간이 된다. ... Y축은 아래로 갈 수록 사적인 공간이고, 위로 갈수록 공적인 공간이 된다. ... 우리 국민은 지난 40년간 꾸준하게 자가용의 소유를 늘려 왔다. 그 이유는 도시의 도로를 나만의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 사적 공간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왜냐하면 어떤 공간이 누군가의 사적 공간이 되면 내가 갈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 공공의 정주 공간이 사라지니 우리가 공간을 점유하려면 사적으로 돈을 내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 카페를 비롯해 비디오방, 노래방, 찜질방도 마찬가지다.
* 힙합 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이유 (102)
건축적으로 보면 후드티를 입는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을 가지기 어려운 도시 빈민들이다.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시선을 차단하고 자신의 영역을 만들려고 한다. 지붕이 있는 공간을 소유하지 못하니 모자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쓴다.
* 쇼핑몰에는 왜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는가 (124-125)
대형 쇼핑몰에는 변화하는 자연이 없다 보니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쇼핑몰은 몇 년에 한 번씩 대대적인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한다. 그리고 더 잦은 변화를 위해 수시로 변화하는 콘텐츠인 멀티플렉스 극장을 도입한다. 계절이 바뀌는 대신 상영하는 영화를 바꿔 주는 것이다. ... 현대사회의 공간적 특징은 "변화하는 미디어가 자연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 골목길에는 시간이 쌓여 있다 : 골목길을 존중하는 재개발 (139-140)
(골목길은) 구릉 지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군락에 의해 만들어진 소중한 유산이다. 골목길은 예측 불가능한 다양한 환경이 서식하는 갯벌과도 같은 존재다. 반면 재개발을 통해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간척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 땅을 만들기 위해 갯벌을 메우고 간척 사업을 했다. 지금은 자연의 보고인 갯벌을 메우고 간척지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 선택인지 알고 있다.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갯벌의 생태계처럼 오랫동안 사람의 생활이 만들어낸 유지하고 보존해야 한다. ... 재개발을 할 때는 골목길의 모양은 유지한 상태에서 골목길에 접한 건축물들만 적절하게 고층 건물로 신축하면 된다.
* 건축물의 정치학 ; 중후장대에 관하여 (169)
무거운 건축물은 권력을 과시하는 장치다. 반대로 가벼운 건축물은 아무런 권력을 나타내지 못한다. 몽골제국의 텐트는 가볍다. 그래서 텐트는 아무런 권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반면 농업경제에 기반을 둔 로마인들에게는 그리스와 메소포타미아문명으로부터 물려받은 건축 문화가 있었다. 로마인들에게는 무거운 콜로세움을 건축했고 그것을 바라보는 정복지의 원주민들은 로마 군대가 철수한 다음에도 감히 로마제국에 도전할 생각을 못한 것이다.
* 재료 - 건축 - 역사의 관계 (174)
재료가 바뀌면 건축물의 형태도 바뀌게 된다. 벽돌이 아치 구조를 양산했다면 콘크리트는 층을 수평으로 지지하는 '보'와 수직으로 세워진 '기둥'이 건물의 하중을 버티는 네모진 상자 모양 구조를 양산했다. 3D 프린터가 제대로 적용된다면 이전과는 다른 양식의 건축을 만들 것이다. 벽돌 부터 콘크리트를 거쳐 3D 프린터까지 건축 재료는 인류 역사를 관통하며 변해 왔다. 로마는 벽돌을 이용해, 미국은 철근콘크리트와 강철을 이용해 건축과 역사를 이끌었다. 과연 3D 프린터로는 어느 국가가 새로운 건축과 도시를 만들며 역사를 주도하게 될지 궁금하다.
\* 헤어스타일과 권력 (188)
높은 곳에 큰 부피의 덩어리를 올려놓으면 위치에너지가 커져 과시할 수 있다는 원리는 헤어스타일에도 적용된다. 우리는 머리를 매만질 때 스프레이나 왁스를 써서 정수리 부분의 머리를 세우거나 볼륨감을 키운다. 그 이유는 사람의 신체에서 가장 높은 부분이 머리 정수리이고 이곳에 볼륨이 있어야 위치에너지가 커지고 과시가 되기 때문이다.
* 실리콘 밸리와 상가 교회의 유사성 (198)
한국의 '상가 교회'는 실리콘밸리의 '차고 창업'과 비슷하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몇 년간 전도사 수련 후 목사 안수를 받은 사람은 누구나 적은 보증금으로 상가에서 교회를 시작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 IT 산업 생태계를 보면 차고 창업처럼 초기 투자비용은 적게 들지만 무한 경쟁 시스템을 통해 살아남은 기업만 공룡 기업으로 성장한다. 이와 동일한 시스템이 한국의 상가 교회 시스템이다. 창업의 문턱은 낮되 무한 경쟁을 통해 실력 있는 목회자가 살아남아 대형 교회로 성장시키는 시스템이었다.
* 현대인이 SNS를 많이 하는 이유 (201, 212)
선생님, 스님, 목사님의 권력이 강화되는 건축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그들을 함께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단상 위에 서 있으면 그 사람을 바라보는 많은 이가 그의 추종자로 느껴지고, 그 사람은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의 숫자만큼 큰 집단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대중이 바라보는 사람은 권력을 가진다. ... 일반인들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SNS에 자신의 사진을 올린다. 내 사진을 누군가 본다면 내가 권력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감시를 받으면 권력을 빼앗기지만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 주면 오히려 권력을 갖게 된다.
* 위기와 발명이 만든 도시 (229, 249)
카네기는 과감한 투자를 하였고 강철 레일 하나를 만드는 데 2주 정도 걸리던 시간을 15분으로 단축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 일로 그는 '강철왕 카네기'가 되었다. 강도가 훨씬 세진 강철은 다리 제작을 넘어 고층 건물을 짓는 데까지 이용될 수 있었다. 우리가 아는 20층 넘는 고층 건물은 카네기가 개발한 강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건축 디자인이다. 물론 그러한 고층 건물이 가능했던 것은 오티스가 엘리베이터를 발명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엘리베이터와 강철, 이 둘이 만나면서 우리가 사는 고밀화 도시가 만들어진 것이다. ... 도시와 건축의 진화는 주어진 기후 속에서 문제 해결을 하는 지능이 만드어 낸 결과물이다. 환경의 변화는 삶의 형식을 바꾼다. 바뀐 경제, 정치 구조는 새로운 건축과 도시를 만든다. 새롭게 만들어진 건축환경과 도시 환경은 다시 사람을 바꾼다. 바뀐 사람은 다시 정치 시스템을 바꾸고 사회조직을 바꾼다. 이는 다시 건축과 도시와 주변 자연 환경을 바꾼다. ... 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이 시대에 진화의 수레바퀴는 우리를 어떤 사회와 건축과 도시로 이끌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근현대의 건축물도 우리의 유산이다. (267)
태릉선수촌을 철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유는 옆에 있는 태릉과 강릉을 좀 더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 태릉선수촌은 근대 한국 사회에서나 가능했던 특수한 역사적 건축 유산이다. 태릉선수촌과 태릉의 대결은 마치 근대 유산과 조선 시대 유산의 대결처럼 보인다. 우리는 은연중에 조선 시대의 유산은 중요하지만 근대의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천 년이 지나면 1050년 전 유물이나 1600년 전 유물이나 다 중요하게 느껴질 것이다.
* 보일러 빅뱅 (302)
2층 양옥집은 보일러의 보급과 함께 생겨났다. 얼마 후 철근콘크리트와 보일러를 합쳐서 만든 아파트가 나타났다. ... 역사 이래 하늘 아래 빈 공간은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건축 업자가 고층 건물을 지으면서 공중에다가 없던 부동산 자산을 만든 것이다. 조선 시대 경제 계급은 극소수의 지주와 대다수의 소작농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제한된 땅덩어리에 살던 우리에게 부동산은 부유층의 소유였을 뿐이다. 그런데 아파트로 인해 부동산이 늘어났고 직장에서 일해서 아파트를 사면 누구나 부동산을 소유한 지주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경제의 파이가 커지고 중산층이라는 계층이 생겼고, 근대화가 시작됐다. 모든 것은 보일러에서 시작됐다.
* 자연에서 착안한 건축요소
지구의 중력을 받치고 있는 기둥은 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 요소다. ... 공포와 서까래의 구조적인 원리는 바로 나뭇가지다. 한쪽으로 뻗어나가 있으면서도 부러지지 않고 힘을 받는 나뭇가지처럼 이들 건축 부재들은 지붕을 받치고 있다. 이렇듯 모든 건축 요소의 근본 원리는 다 자연에서 온다.
* 다리 밑에서 느끼는 감동 (352)
건축이 다른 예술과 다른 큰 차이점은 가장 근본적인 자연법칙인 '중력'을 이겨 내려는 인간의 노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건축은 감동이 있다. 그런데 현대 건축에서는 그 본질이 다 가려져서 안 보인다. 그래서 현대 건축물이 옛 건축물보다 감동이 덜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다리 밑에 가면 그 감동을 체험할 수 있다. 한남대교를 받치고 있는 수십 개의 콘크리트 교각이 1킬로미터 넘게 줄지어 있는 모습은 이집트 신전의 돌기둥 못지 않은 감동을 준다. ... 그리고 그곳에 가면 복잡한 도시 속에서 내 시야에 단 한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현대식 대형 다리 밑의 공간은 어느 성당이나 절 이상으로 기도와 명상을 부르는 공간이다.
* 건축이 사회 발전에 미치는 영향 : 고밀화 - 신흥 계급의 등장과 혁명 (360)
고밀화된 유럽의 도시들에서는 '길드' 같은 동업 조직을 통해 상공업 계층이 성장할 수 있었고 따라서 시민혁명과 근대화가 가능했다. ... 19세기 조선 한양의 사진을 보면 아직까지도 단층 건물로 이루어진 모습이다. 도시가 아직 고밀화되지 못한 상태였고 상인을 중심으로 한 신흥 계급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농민 중심으로 진행된 1894년 '동학혁명'은 실패한다. 하지만 1970년대를 거치면서 비로소 우리도 보일러 덕분에 12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었고 1980년대에는 많은 국민이 아파트로 이사를 가서 고밀화된 도시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면서 1987년 6월 항쟁은 성공한다.
* 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 스스로 만드는 화목한 도시 (372-373)
이 문제는 객관식이 아니다. 서술형 답을 써야 하는 문제다. 그리고 정해진 정답도 없다. 우리가 써 나가는 것이 곧 답이다. 아무도 채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스스로 '이 공간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가?' 자문해 보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 곳을 만들어 가야 한다. 당연히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 여러분 모두가 건축주이자 건축가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낸 세금으로 공공 건축물이 만들어지고 도시에 도로가 깔리기 떄문이다. ... 건축물을 만들 때 우리는 건축물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 그 건축물이 담아내는 '삶'을 바라보아야 한다. ... 앞으로는 시에서 공원을 만든다면 어디에 들어서는 것이 좋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건축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아파트가 재개발될 때 대형 상가가 들어오는 게 좋은지, 아니면 연도형 가게가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게 좋은지 생각해 보고 주민 회의에서 의견을 내야 한다. ... 우리를 화목하게 만드는 도시를 함께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