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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하면 생각나는 것이 활입니다. 활을 잘 쏘는 의적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로빈후드는 우리 나라사람들에게 굉장히 친밀하게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4년마다 양궁을 보면서 환호하기 때문입니다. 또 예전에 '최종병기 활'이라는 영화에서 활을 통해서 전투를 했던 장면들을 즐겼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는 11세기 초반부터 시작됩니다. 로빈이라는 이름의 병사가 있는데,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와 함께 십자군 전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프랑스에서 전투를 치릅니다. 그 당시 전투가 얼마나 허술하고 체계 없이 이루어졌는지 영화에서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정말 역사에 기반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쪽에서는 전투를 치르고, 한쪽에서는 밥먹고 도박하는 등 난리가 아닙니다. 

 

초반 프랑스 전투 장면에서 사자왕 리처드의 용맹스러운 돌격과 로빈의 멋진 솜씨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전투 후 저녁 시간 로빈은 야바위(?)를 통해서 식료품을 얻어내는데, '리틀 존'이라는 사람과 내기를 하다가 싸움이 벌어집니다. 그때 왕이 암행을 하다가 발각됩니다. 왕은 자신의 십자군 원정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습니다. 로빈은 신이 왕의 전투를 즐거워하지 않았을 거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무슬림 주민들을 무참히 학살할 때의 경험을 솔직히 이야기합니다. 원주민 아이가 죽기 전 자신을 보던 눈이 공포나 두려움이 아닌 연민이었다고 하면서, 이미 신이 우리를 떠났다는 것을 암시하는 눈빛이었다고 말이죠.

 

왕은 정직하고, 충성스럽지만 지극히 순진한 잉글랜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로빈 패거리를 가둬둡니다. 다음 날 마지막 전투가 예정된 상황에서 왕이 어이없이 죽습니다. 음식을 전달하러 온 프랑스 사람이 무심코 쏜 석궁에 목이 관통되어 죽습니다. 왕이 죽자 로빈 일당은 감옥에서 탈출해 영국으로 도망칩니다. 한편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왕의 측근 귀족인 록슬리 경이 영국으로 이동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중 스파이인 고프리의 계략에 넘어가 록슬리가 죽습니다. 그리고 도망치던 로빈 일당이 고프리 일당을 급습해 록슬리의 유언을 듣죠. 아버지의 칼을 꼭 다시 전달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사실 이중 스파이 고프리는 영국에서 큰 세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 국왕 필립과 내통하는 사이이죠. 그래서 필립에게 영국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는 대가로 필립이 영국을 점령하면 국가 운영권을 얻기로 합니다. 이런 간사한 악역을 연기한 배우는 마크 스트롱이라는 배우입니다. 이 사람은 영국의 국왕인 존의 신임을 얻고 있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전쟁 중 죽은 사자왕 리처드는 동생이 있었는데, 그 동생이 영국을 잠시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정치나 세계 정세에는 관심이 없고 적국인 프랑스의 여자와 사랑에 빠져서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혼란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프랑스 국왕이 고프리를 이용해서 영국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한편 록슬리의 칼과 갖가지 귀중품을 얻게 된 로빈 일당은 자신이 록슬리인 척 하며 영국으로 가는 배에 탑승합니다. 죽은 진짜 록슬리 경이 타기로 했던 그 배를 탄 것이죠. 그리고 그가 챙긴 갖가지 귀중품 중에는 왕의 죽음을 알리는 왕관도 있었죠. 런던에 도착한 로빈은 왕관을 왕의 어머니(모후)에게 보여주며 왕의 죽음을 알립니다. 그리고 왕의 무능한 동생이 왕관을 쓰면서 영국 왕위를 계승합니다.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 것을 걱정한 로빈과 그 친구들은 노팅엄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록슬리 경에게 찾아가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그리고 자신의 간첩질이 탄로날 것을 걱정한 고프리는 부하를 시켜서 로빈 일당을 쫓도록 지시합니다.

노팅엄이라는 곳은 성주 록슬리와 그의 며느라 마리언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그 당시 영국은 왕이 통치하긴 했으나, 각 지역의 성주가 다스리고 있는 봉건시대였지요. 왕은 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각 영주들에게 세금을 과도하게 걷었습니다. 이에 영주들은 불만에 시달리고, 농노들은 배고픔에 괴로워하고 있는 힘든 시기 였습니다. 나아가 노팅엄의 주변엔 큰 숲이 있었는데, 노팅엄에 살던 아이들이 가출하여 숲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가끔씩 식품창고를 급습해서 씨앗을 훔쳐가곤 했지요. 위로는 국가가, 아래로는 도적떼가 들끓으면서 힘들게 했던 시기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샬이라는 충신은 사자왕 리처드 때 부터 나라를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고프리의 계략으로 고위 공직에서 박탈당합니다. 고프리는 왕의 극단적인 성향을 활용해서 자신의 야욕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영주들을 설득할 것이 아니라, 폭력으로 제압해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프랑스 군을 몰래 영국에 상륙시킵니다. 한마디로 자기 욕심과 나라, 그리고 백성들의 생명을 교환한 악인입니다.

 

로빈 일당은 이러한 노팅엄에 도착하고, 로빈은 아버지 록슬리에게 찾아가 아들의 칼을 건네줍니다. 그러자 아버지 록슬리는 전쟁터에 있는 아들이 칼을 보냈다는 것은 곧 그의 죽음을 뜻한다고 곧바로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로빈에게 자신의 아들이 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시력을 상실한 백발의 노인인데, 자신이 죽으면 며느리만 남게되고 노팅엄의 모든 재산을 다른 귀족들에게 빼앗기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로빈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마리언의 아내이자 록슬리의 아들이 됩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엔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로빈의 아버지는 석공 출신이지만 그 당시 굉장히 계몽적인 사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권리를 갖고 있고, 왕에게 집중된 권력을 국민들에게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은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지만, 군주나 영주가 볼 때는 불온하고 위험한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버지 록슬리 경은 로빈의 진짜 아버지를 처형합니다. 즉 로빈은 자기 아버지의 원수를 아버지로 삼은 것이죠.

 

어쨌든 로빈은 로팅엄의 차기 군주로서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 노력합니다. 종교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곡식을 걷어가는 것을 막고, 주민들에게 먹을 것을 다시 나눠주죠. 그렇게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 같았지만, 고프리와 프랑스 군이 노팅엄을 습격합니다. 이에 로빈후드는 북부의 군주들과 합세하여 프랑스군과 싸우고 그들을 몰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왕은 마크나 카르타에 서명하기로 동의하고 귀족들의 도움을 얻어 자기 자리를 지킵니다. 그러나 전투 과정에서 얻게 된 로빈후드의 인기에 위협을 느낀 왕은 로빈후드에게 현상금을 걸고 추적합니다. 로빈후드는 숲에서 고아들와 마리언과 함께 자기들의 나라를 만들어 살아간다는 내용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전통적으로 폭압과 가난이 있게되면 영웅이 나타납니다. 문학을 통해서 정의가 실현되고, 슈퍼 히어로가 등장합니다. 우리나라에는 홍길동이 그랬고, 영국에는 로빈후드가 그랬습니다. 난세영웅이 등장하는거죠. 우선 영웅이 필요없는 세상이 되어야겠죠. 한 사람의 능력에 의존하는 국가는 아주 위태합니다. 오히려 법과 원칙, 제도와 시스템이 중요하지요. 이 영화에서 그렇게 꿈꾸던 대헌장의 서명과 민주주의의 도래가 바로 그것입니다.

 

또 이 영화의 감독은 리들리 스콧 감독입니다. 이분이 감독한 영화 면면을 보면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정말 재밌게 본 <킹덤 오브 헤븐>이 이 분의 영화더라고요. 마치 우리나라의 이준익 감독님 처럼 역사적 사실이나 역사적인 내용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이참에 리들리 스콧 감독님의 영화를 몰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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