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ue Creator

doubt(2008)

영화 다우트(Doubt)의 줄거리

1960년대 미국의 한 카톨릭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영화다. 알로이시스(메릴스트립)은 매우 엄격한 수녀로, 이 학교의 교장이다. 한편 플린 신부(필립 시모어 호프먼)은 상당히 열린 마음의 신부로서, 전통과 규율보다는 자유와 진보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젊은 신임 교사 제임스 수녀(에이미 아담스)는 열정넘치지만 순수한, 그래서 조금은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할 것 같은 사람이다. 

 

이들은 각자 맡은 일이 있고, 학교 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관리할 뿐 아니라 교구 내의 성도들을 관리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어느 날 수업 중 제임스 수녀는 자기 반 학생인 도널드 밀러를 신부님이 찾으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흑인 학생인 그는 신부님이 찾으시니 가보라고 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무용 수업 도중, 플린 신부가 밀러의 캐비넷에 들러 밀러의 속옷을 넣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밀러는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며 집에 가고 싶다고 제임스 수녀에게 이야기한다. (혹은 제임스 수녀가 이렇게 주장한다.)

 

뭔가 수상한 느낌을 받은 제임스 수녀는 알로이시스 수녀에게 보고한다. 아무래도 플린 신부가 도널드 밀러를 성폭행 한 것 같다고 넌지시 암시한다. 플린 신부가 밀러의 캐비넷에 속옷을 넣은 것과, 밀러가 사제실에 다녀온 이후의 반응, 그리고 사제실에 다녀온 그의 입에서 술 냄새가 났다는 것을 근거로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사람을 의심하게 되니 하나님으로 부터 멀어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알로이시스 수녀는 이야기한다.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하나님과도 멀어질 수 있다.'고 말이다. 

 

알로이시스 수녀는 다른 핑계를 대면서 제임스 수녀와 플린 신부를 삼자대면시킨다. 처음에는 크리스마스 공연 준비를 핑계로 이야기하지만 결국엔 플린 신부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추궁한다. 플린 신부는 밀러가 미사주를 마시다가 제3자에게 들켰는데, 이를 비밀로 하기 위해서 밀러를 불렀다고 이야기한다. 제임스 수녀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지만, 알로이시스수녀는 믿지 않는다. 그녀는 '경험'을 근거로 분명히 성추행이 있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플린은 설교를 통해서 의심을 가진 알로이시스 수녀와 제임스 수녀를 비판한다. 의심과 소문은 마치 옥상 위에서 터져버린 베게 속의 깃털들처럼, 도저히 주워담을래야 담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간접적으로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설교를 듣고 제임스 수녀는 자신이 신부를 의심한 것에 대해서 반성하고 마음아파 한다. 그리고 먼 곳에 있는 동생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학교를 떠나 지내게 된다. 하지만 알로이시스 수녀는 달랐다. 그녀는 경험을 근거로(혹은 자신의 편견을 근거로) 플린 신부가 저지른 일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찾아야겠다고 더 다짐해는 것 보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ThsZ8wfhJpk 

알로이시스 수녀는 밀러의 어머니(비올라 데이비스)를 부른다. 그리고 밀러와 플린 신부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밀러의 어머니는 영 시큰둥하다. 어떤 문제가 일어나도 상관없으니 제발 6월 까지만 조용히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실체적 진실보다는 밀러가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이유는 밀러의 성향이 동성애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흑인인데다 성소수자의 성향까지 갖는 밀러에게 플린 신부가 먼저 다가가 친근하게 대해주니 너무 고마웠던 것 같다. 그렇게 길을 걸으며 한 이야기 이후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알로이시스 수녀에게 닥친 의심이 얼마나 강한지 은유적으로 영화는 보여준다.

 

알로이시스 수녀가 밀러의 어머니와 상담하는 것을 지켜본 플린 신부는 분노하여 교장실로 찾아가 따져 묻는다. 왜 자신을 그렇게 의심하는지 모르겠으니, 그 이유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알로이시스는 플린 신부가 말썽꾸러기 같은 런던이라는 학생에게 손을 대자 학생이 플린 신부의 손을 뿌려친 것을 보고서 그때부터 의심했다고 이야기한다. 플린 신부는 그게 다냐는 이야기와 함께 어이없어한다. 알로이시스 수녀는 다른 교구의 수녀들에게 플린에 대해서 알아봤으며, 이번에 옮긴 것이 벌써 세번째라는 사실을 밝혔다고 이야기한다. 플린은 당황하면서 '하나님 앞에서 우리 모두는 죄인'이라는 논리를 펼친다. 알로이시스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이 수녀의 직을 벗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플린에게 스스로 신청해서 다른 교구로 가 줄 것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플린은 마지막 설교를 마치고,  교구를 떠난다. 위독한 동생을 돌보고 돌아온 제임스 수녀는 학교에서 플린 신부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알로이시스에게 어떻게 플린의 문제를 해결했는지 묻는다. 알로이시스 수녀는 사실 다른 교구의 수녀들에게 물어보지 않았고, 거짓말을 했노라고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그리고서 이야기한다.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플린의 잘못을 발견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 말을 마치고 알로이시스 수녀는 눈물을 터트리며 영화는 끝난다. '의심의 마음이 너무 강해, 하나님으로 부터 멀어진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항상 차고 다니는 십자가 허리띠를 소매 속에 감추면서.

 

영화 다우트를 보면서 느낀 점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가 마치 잘 짜여진 섬유, 굉장히 밀도가 높은 커피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 속에 있는 상징과 연출, 음악과 미술 등 영화적인 표현 하나 하나가 성의있게 배치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독은 어느 하나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정성을 쏟아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바람이 부는 겨울의 스산한 교정과 그 바람이 상징하는 마음 속 의심, 술과 핏기가 가득한 고기, 담배를 피우며 시끄럽게 대화하는 식사자리를 즐기는 신부들과, 아무런 대화도 없이 그저 조용히 우유와 채소를 먹는 수녀들의 식사장면 대비, 메릴 스트립과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언쟁 장면 중 등장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전화 벨소리와 천둥소리, 실체적 진실을 좇아 대화를 나누는 메릴 스트립과 바이올라 데이비스의 명연기 등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꽉 찬 영화였다.

 

의심이라는 것은 마음 속 자라는 독버섯과 같은 것이다. 그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실체적 진실은 무엇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본 것을 믿는 것인지, 믿는 것을 보는 것인지 혼동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의심이다. 제임스 수녀는 의심을 품고 전달했고, 알로이시스 수녀는 의심을 확장시켜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플린 신부는 의심 때문에 다른 교구로 떠나야 했다. 밀러의 어머니는 의심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밀러는 자기를 향한 플린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사건과 관계를두고 각기 다른 의견을 품는다. 자기만의 입장이 있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의심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는 플린이 정말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관점에서, '왜 신은 저런 부정한 인간들을 계속 승승장구하게 두시는가'라는 신정론적인 의심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플린이 성추행을 저질렀는지는 모른다는 전제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서 그 과정의 거짓말 등은 크리스천으로서 용납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종교 윤리의 관점에서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영화는 끊임 없이 제 3자의 관점에서 관객도 영화 속 사건으로 몰입하여 의심하고 판단하도록 유도한다. 영화 속 제임스가 상징하는 것이 제3자인 우리, 관객을 뜻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했던 주제의식과 그 의식을 전달하는 방식에서의 세련됨이 모두 훌륭했다. 멋진 실력의 요리사가 최고급 재료를 최고급 도구로 조리해 만들어 낸 최고의 요리같다는 생각을 했다. 의심하는 나를 의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Value 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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