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ue Creator

 

* 별점 : ★★★☆
* 한줄평 : 행복은 어디에서 올까
* 적용할 점 : 부동산, 주식에서 행복이 오는게 아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편을 재밌게 읽었다. 그래서 2권도 기대감을 갖고 읽었다. 1권은 명예퇴직의 압박을 받는 50대 가장의 이야기였다. 2권은 20대, 30대 직원들의 이야기다. 내가 이 나이대이기 때문에 더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정 대리는 쇼핑 중독인 신혼부부, 권 사원은 철 없는 예비신랑을 둔 20대 여사원이다.

 

정 대리는 정말 철이 없다. 한 마디로 내일이 없는 삶을 산다. 인생은 한번 뿐이기 때문에 소비를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기업에 다니기 때문에 외제차를 탈 수도 있고, 백화점에서 할부르 명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저축한 돈은 하나도 없다. 그가 이렇게 된 데는 성장 배경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서울 8학군으로 이사를 와, 주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스페이스 패딩을 사면서 부터 그의 허세 인생은 시작되었다.

 

주변 친구들의 소비 습관과 생활 수준에 맞추기 위해 과소비를 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비슷한 성향의 여자친구를 만나 결혼에 이른다. 모든 돈 하나 없이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 전세로 살겠다'고 하더니 결국 한강 수원지 근처의 경기도 빌라에 터를 잡는다. 결혼 생활 중 퀵보드 1개를 아내와 둘이서 타다가 넘어져 크게 다치고 만다. 3,000만원의 치료비가 없어 BMW를 판다. 그리고 돌아온 아내는 덜컥 카페를 차리겠다고 나선다. 장사가 잘 되자 정대리와 갈등을 빚는다. 별거를 시작한다.

 

어느 날 정 대리의 친한 친구인 바바리맨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점퍼로 버버리를 입던 친구, 정 대리가 아는 사람 중 제일 잘 살던 사람이다. 사는 게 의미가 없다고 자주 인스타에 글을 올리던 그다. 허무에 못이겨 삶을 짓이겨 버렸다. 그렇게 정 대리는 송 과장이 해주던 '소유에서 의미를 찾지 말라'던 의미를 곱씹는다.

 

권 사원은 김 부장 팀의 막내다. 일에 대한 열정이 있지만, 김 부장의 불합리한 인사고과 등으로 숨이 막힌다. 입사 3년 차지만 직장생활에 벌써 매너리즘을 느낀다. 착한 남자친구와 결혼을 게획하고 있다. 그는 게임, 레고를 좋아하지만 착하다. 큰 단점은 마마보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엄마에게 용돈을 받아쓴다고 한다.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독립하지 못하는 그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결혼 준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집 문제'라는 것을 권 사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남자친구와 상의를 해보려 하지만, 남자친구는 뭐에 홀린건지 폭락론을 주장한다. 심지어 폭락론을 전파하는 유튜버에게 매월 후원까지 하면서 폭락론을 섬긴다. 그런 사람이 엄마한테 용돈 받아 쓰고, 게임 아이템 구매에 백만원 단위의 돈을 꾸준히 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회피하려고 한다. 권 사원은 마음을 다잡고 그와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않을 것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파혼을 선언한다.

 

권 사원은 떠나한 김부장 대신 최부장의 리더십 아래에서 일을 열심히 해 나간다. 그러나 자기가 마음을 다해 집중한 프로젝트가 실패하고, 김부장이 과거에 안좋게 주었던 고과 때문에 승진에서도 누락되자 커리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대기업 퇴사를 결심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마음먹는다. 또 남자친구와의 결혼은 별개로 하고 언젠가 들어갈 '내 집'을 직접 마련하기에 이른다.

 

이 책은 부동산 투자를 권유하는 책으로 회자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읽어보면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오히려 이 책은 김 부장, 송 과장, 정 대리, 권 사원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의 각 세대의 삶에 집중한다. 부동산, 좀 더 범위를 좁히자면 '집'은 사람이 살면서 뗄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대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삶의 모습이 어떠한지 관심을 갖다 보면 필연적으로 집 문제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것 같다.

 

이번 2권에서 가장 크게 울림을 주는 메세지는 '행복의 기원'에 대한 것이다. 정 대리는 소비와 과시를 통해서 행복을 얻으려 했다. 하지만 그 끝에는 아내와의 별거, 친구의 자살이 있었다. 그리고 권 사원은 관계와 성취를 통해서 행복을 얻으려 했다. 하지만 그 끝에는 파혼과 퇴사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세계관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송 과장의 이야기(3권)에 답이 있지 않을까?

 

좋았던 점 : 내 친구, 혹은 그 친구의 친구가 정 대리, 권 사원일 듯.

아쉬웠던 점 : 딱히!


* 부자가 되려면 일반적인 삶의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58)

"월세요? 우리가 고시생도 아니고 월세는 무슨 월셉니까. 다달이 나가는 돈도 아깝고요. 다 없어지는 돈이잖아요." "아까우니까 월세 싼 데서 살라고. 아직 젊으니까 집이 좀 낡았더라도 고생하면서 버틸 수 있잖아. 대신 전세 보증금 할 돈으로 다른 데 전세 끼고 집 하나 사두는 것도 방법이야. 그러다 돈이 모이면 들어가 살면 되는 거고."

 

 

* 부동산 폭락론자 남자친구의 진실 (85)

그래서 분식집만 간 거였나. 게임에 돈 쓰고, 후원금 보내고, 레고 사고, 그러니 돈이 있을 리가 없지. 용돈을 받을 수밖에 없네. 이제 정리가 된다. 정리가 되니 정이 떨어지다. 잠시 싫증난 것일 수도 있다. 근데 어쩌지, 이미 알아버렸는데. 사랑하기도 하고 착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결혼을 하기에는 머리가 너무 커져버렸다. 이래서 결혼은 아무것도 모를 때 하라는 건가.

 

 

* 정 대리와 그의 철없는 여자친구의 현실자각 타임 (94)

네이버 부동산을 확인한 정 대리는 깜짝 놀란다. "전세 20억...20억? 전세가?" "에이 장난치지 마. 무슨 전세가 20억이야." "여기 봐봐. 잠깐만, 그럼 매매가는.... 40억? 헐....." "오빠, 지금 우리 얼마 있지?" "부모님이 1억 주셨는데 거기서 좀 썼지. 식장, 신혼여행, 스드메 이런 거 하면 한...6천 남나?"

 

 

* 최 부장님의 마인드 (118)

최 부장은 화이트보드에 '두려움'과 '실패' 두 단어를 쓴다. "이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저는 실패를 고르겠습니다. 여러분이 업무를 할 때 '이걸 해도 될까?',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의문은 어쩌면 두려움일지 모릅니다. 두려움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입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세요. 맞다고 판단한다면 밀어붙이시고요. 실패할까 두려워서 주저앉지 말고 진취적으로 해보라는 얘깁니다. 이것이 우리 팀의 기본 마인드 입니다."

 

 

* 회사는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146)

굳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김 부장이 불쌍해 보이기도 하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내 미래가 저러면 어떡하지. 순간 스치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해진다. 아니야, 나는 아직 대리잖아. 가장 짱짱한 직급, 대리. 부장 직급을 달려면 최소 15년은 회사에 다녀야 한다. 아직 한참 남았다. 걱정하지 말자. 내 스탠스를 유지하자. 인생은 한 번뿐, 신나게 사는 거다.

 

 

* 권 사원의 예비 신랑 (184-185)

"여자가 술 담배 안하는 건 당연한 거지. 우리 엄마가 술 담배 하는 여자 절대 만나지 말라고 그랬어." 확실해졌다. 이 남자는 진짜 아니다. 툭하면 엄마가 그랬어, 엄마가 그러는데, 엄마가 그랬는데. 내가 그동안 미쳤나 보다. 아직 엄마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런 사람을 좋아했다니. 평생 엄마 둥지에서 못 벗어날 사람이다.

 

 

* 킥보드 사고와 후회 (204)

월급 받으면 다시 0원인데 3천만 원을 어디서 마련할 지 걱정이다. 부모님께 도와달라고 할까. 결혼 자금으로 1억이나 주셨는데. 미쳐버릴 것 같다. 와이프는 돈이 없겠지. 자신만큼 쇼핑을 좋아하는데 그만한 돈이 있을 리가 없다. 돈이나 좀 모아둘걸. 후회된다. 대기업에 8년 가까이 다녔는데 통장에 3천만 원이 없다니. 그동안 뭐했나. 자괴감이 든다.

 

 

* 권 사원의 성장 (263)

그렇게 부동산 첫 계약을 한다. 대출을 이용한 계약. 29살, 서른이 되기 전 울타리 밖의 첫 업적을 치른다.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다. 확률은 반반이다. 무조건 오른다는 믿음도 없다. 무조건 떨어진다는 걱정도 없다. 언젠가 들어가서 산다는 목적이 있다. 떨어지는 화폐 가치를 방어한다는 목적도 있다.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

 

 

* 진정한 행복 (271)

송 과장이 말을 이어간다.

"가장 예쁜 인테리어가 뭔 줄 알아?"

"우드 앤 화이트? 아니면 대리석 아닙니까?"

"아니, 아무것도 없는 거야. 인테리어 업체가 올린 사진들 보면 다 예뻐 보이지. 물론 디자인을 잘 한 것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런거야. 아무리 고급 자재로 인테리어 해봤자 물건들이 가득 들어있으면 그 인테리어가 보일까? 가려서 아무것도 안 보이지."

"그렇죠."

"내 말은, 행복을 물건이나 물질적인 것으로 채우는 데에서 찾지 말라는 거야. 그런 건 아무리 채워봐야 계속 부족해."

 

 

 

* 아내와의 별거를 시작한 정 대리 (282)

뭐가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거지.

돈 문제인가. 성격 문제인가.

내 잘못인가. 내가 잘못한 게 뭐지.

시작점은 돈이다.

나보다 잘 버는 와이프에게 자격지심이 생겼나.

얼마 머는지 물어보지만 않았어도......

돈, 돈 ... 그놈의 돈.

 

 

* 현실 도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294)

"변동성이 큰 주식이랑 다르게 거래비용이 많이 들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사이클이 긴 부동산은 싸다고 바로 사는 게 거의 불가능해. 떨어지면 산다는 말은 그냥 지금 당장 생각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어. 어떤 면에서는 게임을 하는 것도 현실도피야. 힘들 때 잠깐 잊으려고 술 마시는 사람들 있잖아. 레고도 만드는 동안에는 거기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좋지. 내가 보기에는 전 남자친구가 뭔가 불안하거나 피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던 것 같아. 권 사원 말만 들으면 그래."

 

 

* 버버리맨의 죽음 (316-319)

가장 최근에 올린 집 사진은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보드카 사진이다. 사진 밑에는 '더 이상 재밌는 게 없다'라고 쓰여 있다.

호텔에서 먹은 코스 요리 사진에는 '좋아요'가 수천 개 달려 있다. 사진 밑에는 '더 이상 먹고 싶은 게 없다'라고 쓰여 있다.

잘난 척하기는.

...

잠시 후 고등학교 단체 카톡방에 메시지 하나가 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걔가 무슨 문제가 있겠냐... 다 가진 애가."

"근데 왜 그랬지..."

"왜 사는지 모르겠다. 재미없다고 자주 그랬어. 맨날 최고로 좋은 데 가서 먹고, 최고로 좋은 집 살고, 최고로 좋은 차 타고.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는데 매일 그러면 재미가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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