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lue Creator

 

* 별점 : ★★★☆
* 한줄평 : 모든 삶의 울림과 떨림

어른 들이 하는 말 중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밥그릇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이다. 아무리 힘겨운 생활 형편이라도 굶어 죽지는 않고, 어떻게 어떻게 살아진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나 다 자기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산다.'는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 책의 저자는 정말 큰 무게를 가지고 삶을 살아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의 제목은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이다. 이 제목을 근거로 추리해 보자면, 저자는 우선 지금 스스로를 좋아할 수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자기 스스로를 좋아했던 상태이다. 그리고 그 당시를 회상하며 현재보다 나 스스로를 더 사랑하길 바라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은 어렵고 아리송한 책 제목이지만, 이 책을 다 읽으면 과연 그럴 수 밖에 없겠다는 수긍을 하게 된다.

 

옆집 이웃의 자살을 목격하고, 성폭행을 당하고, 아동 학대를 당했던 저자의 삶을 제3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때로 자신의 삶이 혐오스러워 인생을 끝내고 싶어 시도한 적도 있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사랑하고 삶을 보듬으며 저자는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책까지 내어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까지 닿게 되었다.

 

저자가 책에 쓴 것처럼, 각 사람의 삶은 타인에게 울림과 떨림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책을 통해 나에게 울림과 떨림을 주었다. 매일 매일 안온하고 평안한 날들 속에서, 감사보다는 불평이 많았던 나의 삶을 반추하게 되었다. 타인의 불행에 기대어 나의 행복을 자각하는 것은 비열한 일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그 비열함을 맘껏 느끼게 되었다. 아니, 내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반성하게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나는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고, 좋은 삶을 살아왔다고 깨닫게 된 것이다.

 

헨리 나우웬의 책 중에는 <<상처입은 치유자>>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골자는 상처를 입은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고, 진정한 치유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상처가 많은 사람은 그만큼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여 치료할 수 있는 역설적인 지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상처입은 치유자로서,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많은 사람에게 치유자가 될 수 있으리라 감히 짐작해 본다. 그리고, 저자가 읽을지 말지 알 수도 없는 나의 이 글의 마지막에서, 나는 저자를 향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본다. 나의 이 글쓰기가 저자에게 또다른 울림과 떨림으로 닿기를 기대하며. 


* 삶의 의미 (29)

한 사람의 좋은 친구로서, 따뜻한 선배로서, 아픔도 함께 품어주는 지인으로서 곁에 남아 있고 싶다. 좋은 점을 일깨워 주는 것, 토닥이며 문득 안부를 묻는 것, 그리고 끄덕이며 공감해주는 것,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사소한 '구원'이다. 나와 그들을 위한.

 

* 자존감의 집은 스스로 만드는 것 (43)

나는 자존감에도 성장판이 있다고 믿는다. 이제부터라도 사소한 기특함을 벽돌 삼아 차곡차곡 쌓아 가려 한다. 끔찍한 치과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나왔을 때의 내가 기특하다. 문득 친구에게 책을 선물할 때의 기특함이나 안부 전화를 먼저 걸어주는 기특함 등 순간순간 '나 좀 괜찮은데'라는 생각도 잊지 않겠다. 스스로 대견한 일을 할 때마다 속이 꽉 찬 벽돌이 하나씩 만들어질 것이다. 그게 쌓이다 보면 곧 '자존감'이라는 집의 재료가 되지 않을까. 불쑥 나타나 철없이 떼쓰는 '나'가 자라날 견고한 쉼터가 되어줄 곳 말이다. 

 

* 불확실성을 감당할 용기 (140)

미래를 예견하고 통제하려는 것 자체가 헛된 시도이다. '미래'는 추상적인 '무엇'으로 존재할 뿐이며 가정이나 추측만 해볼 수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모든 불확실성을 감당할 용기이다. 또한 '미래'를 통제할 수 없다는 진리를 인정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이 순간의 1분 1초에 묵묵히 대응해나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 계약직 연장이 되지 않고 (213)

회사를 나온 뒤 일주일쯤 지났을까, 나는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듯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주변엔 그럴 만한 기색 없이, 문득 생각 난 듯, 덤덤하게 자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내 딴에는 살건 죽건 어느 쪽이든 상관없을 것 같았다. 혐오와 분노에 시달린 나머지 이제는 좀 쉬고 싶다는 마음만이 간절했다. 하얀색 수면제를 한 알 먹고, 주황색 진정제를 두 알 먹고, 나중에는 주섬주섬 아무 약봉지나 뜯어 무지개 빛깔의 갖은 약들을 삼켰다.

 

* 인간은 성과만을 위해 살지 않는다. (236 ,240)

내게 '소득 없는 일'은 낭비이고 사치였다. 어쩌다 짬이 나서 쉬게 되면, 다음 노동을 위해 충전하고 있는 것이라며 애써 스스로를 설득했다. 생존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 일은 내게 있어 죄다 쓸데없는 것이었다. ... 하지만 사람은 밥을 먹기 위해서만 사는 것이 아니다. 놀이나 꿈도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도 숭고한 권리 아닌가. 

 

* 나의 삶이 전달하는 울림과 떨림 (250)

싱잉볼의 보이지 않는 진동과 소리는 공간과 사물 구석구석에 닿아 그 떨림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사람의 생각과 말도 이와 같다. 모든 존재가 일으키는 진동과 그에 상응하는 울림을 의식하면 행동 하나와 말 한마디에 더욱 신중하게 된다. 내가 일으킨 파장이 닿는 미세한 것들이 일제히 화답한다. 살아 있는 것들이 내는 모든 메아리에 몸과 마음을 기울인다. 그들이 나로 인해 조금이나마 행복하길 바라며. 

 

* 메멘토 모리, 오늘이 마지막인 것 처럼 (254)

작가 앨봄 미치는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는 스승 '모리'와의 대화를 엮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을 썼다. 모리는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느냐는 제자의 물음에 답한다. "매일 어깨에 작은 새를 올려놓는 것야. 그리곤 새에게 '오늘이 내가 죽는 그 날인가? 나는 준비가 되었나? 라고 묻는 거지. 어떻게 죽어야 좋을지 배우게.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우니까."

 

증정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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