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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기본 정보

  • 저자 : 장류진
  • 제목 : 《일의 기쁨과 슬픔》
  • 출판사 : 창비
  • 출판일 : 2019년 10월 25일
  • 가격 : 12,600원
  • 페이지수 : 236쪽

 

저자소개

출처 : 나무위키

저자는 1986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저자는 직장인 출신 소설 작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였다. 취업 후 한겨레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소설 쓰기 수업을 듣고 처음 소설을 썼다. 판교 IT기업에서 7년 간 일한 경험이 있다. 《일의 기쁨과 슬픔》 이라는 단편 소설이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저서로는 단편소설집 《연수》(2023)가 있다.

 

책의 주요 내용

이 책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이다. 총 8개의 소설이 한 책에 묶여 있다. 청첩장을 주고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새 집을 사고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취업에 성공해 첫번쨰 출근하는 날의 이야기, 오피스텔에 살면서 한밤 중 낯선 남성들이 문 앞에 찾아오는 이야기, 더블린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 핀란드 공항에서 5시간을 경유하며 만난 노인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책 속의 한 줄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어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회사생활 십오년 하면서 한 번도 운 적이 없었거든요. 루바 공연 건 때문에 특진 취소되고, 팀 옮겨지고, 강남에서 판교로 짐 싸서 올때도 눈물이 안났어요. 그런데 그 포인트를 보고 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너무 막막해서."

저자는 이 책에서 거대한 자본주의의 먹이사슬 안에서 한 개인의 처지를 처연하게 묘사하고 있다. 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대가로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지급받은 '거북이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개인은 결국 '숫자'로 치환되고 만다. 나이가 몇 살인지, 어느 대학 어느 전공을 했는지, 자격증을 어떤 것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의 '스펙'에 따라 직장과 연봉이 결정된다. 그리고 연봉에 따라 사는 지역과 주거 형태, 보유한 차량의 크기 등이 결정된다. 

 

소설은 개연성과 허구성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문학 장르다. 개연성을 잃으면 신화가 되며 허구성을 잃으면 다큐멘터리가 된다. 소설의 이러한 절충성이 독자로 하여금 소설에 몰입하고 삶을 돌아보며 공감하게 만든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의 소설은 개연성과 허구성이 모두 절묘하게 충족되는 쾌감을 느끼게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직장 생활을 한다. 그렇기에 직장에서 겪는 일과 경험을 대다수가 공유한다.

 

회사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들은 직장인들의 안줏거리기도 하면서 반면교사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회사에서 들은 것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나에게 아이는 마치 그랜드 피아노와 같은 것이었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아주 고귀한 소리가 날 것이다.
...
하지만 책임감 있는 어른,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걸 놓을 충분한 공간이 주어져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집 안에 거대한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기 전에 그것을 놓을 각이 나오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다. 
...
여태까지 단 한번도 충분하다거나 여유롭다는 기분으로 살아본 적 없는 삶이었다.
삼십대 중반, 이제서야 비로소 누리게 된 것들을 남은 인생에서도 계속 안정적으로 누리며 살고 싶었다.
이십평대 아파트에는 그랜드 피아노를 들이지 않는다. 
그것이 현명한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의 슈카가 대한민국의 출산율 통계를 소개하는 영상에 내건 썸네일 제목이다. 출산율은 한 나라의 경제 성장과 발전을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다. 결국 사람이 있어야 일도 하고, 소비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다이나믹함을 보여주는 것은 출산율 뿐만이 아니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흡연율도 있다. 그러나 이정도로는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충분하지 않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과 가장 높은 자살률 정도는 언급해야 한국의 현실을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사람의 건강을 측정하는 여러 지표가 있다. 체질량지수, 혈압 수치, 혈당 수치 따위의 것이 그렇다. 마찬가지로 한 국가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지표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위에서 이야기한 수치들일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인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표들이다.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면서도 살기 좋지 않은 나라임이 분명한 것 같다.

 

특히 IMF와 금융위기를 경험한 현재의 30대에게는 현실에서의 삶이 그 자체로 생존의 문제다. 자기 목숨 하나 건사하기 힘든 현실에서 또 다른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 자체가 모험이고 리스크다. 그래서 소설에서도 화자가 표현한 것 처럼 취업에 성공해 집을 마련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가 지금이 '이제서야 비로소 누리게 된', 그래서 '남은 인생에서도 계속 안정적으로' 누리고 싶은 삶의 평안이다.

 

이 책은 삶의 '당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현실'을 짚어준다. 그래서 편안하고, 공감이 된다. 과거 90년대 까지의 '가족같은 회사'는 마치 '무덤에서 요람까지' 책임졌던 국가처럼 입사 부터 퇴사까지, 심지어는 퇴사 이후의 삶까지 챙겨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회사와 직원 모두 가족같은 분위기를 요구하지도 바라지도 않게 되었다. 각자도생, 적자생존의 자본주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살아가는 개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특징이 있다.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오래 울었는데도 이상하게 진정이 잘 되지 않았다.
심장이 물에 뜬 듯 출렁이는 것만 같았다.
...
편지의 끝에는 연락하고 지내자는 말과 함께 숫자 열세개가 적혀 있었다.
노인이 전화번호까지 적어줬었어?
왜 나는 이런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을까.
대체 왜.

매일 매일 모래시계에서 떨어지는 작은 모래 같은 시간이 쌓이면 커다란 사막이 된다. 그렇게 시간이라는 모래알이 쌓이도록 방치해 두다 보면, 사막 아래엔 무엇이 있었는지 더이상 알 수 없는 형국이 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매일 매일 주어진 일을 바쁘게 처리하는 삶을 살다 보면, 무엇이 중요한지, 내가 원했던 삶이 무엇인지 잊게 된다. 그래서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도 있는 것 아닐까.

 

자본주의는 바쁨을 정당화 하고, 성장과 성취를 주요 교리로 강조하는 종교다. 개인의 본성은 없고 양적으로 측정되는 성과와 이윤만이 남을 뿐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않다. 성취를 통해 만족을 느끼기도 하지만 떄로는 우울과 괴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감정적 존재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길 희망하는 인간은 인간성을 포기하고 정량적인 스펙을 갖추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더 많은 인간성을 포기할 수록 더 많은 이윤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 진다.

 

그러나 저자의 소설은 감히 인간성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직장 안밖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인간성 상실의 사건들 속에서도, 어떻게든 인간성의 회복을 이야기한다.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안나가 레고를 사주고, 6년 전 핀란드 노인에게 다시 편지를 쓰기 시작하는 주인공을 통해 인간성 회복의 가능성을 내비친다. 마치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 틈 사이로 어떻게든 비집고 살아남은 잡초처럼, 그렇게 살아남자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책장을 덮으며

그래서 이 책은 '어떻게든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는 모든 현대 한국인들의 자화상' 같은 책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큰글자도서)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이후 단숨에 수많은 독자와 문단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류진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출간되었다. 장류진의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창작과비평’ 웹사이트에 공개된 직후 SNS를 통해 입소문이 급격히 퍼지면서 해당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접속자가 많았고 누적 조회수가 40만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후로도 발표하는 작품마다 탁월한 재미와 개성을 선사하며 숨가쁘게 이어진 작가의 행보는 등단한 지 꼭 1년 만에 소설집을 출간하는 보기 드문 결실로 이어지게 되었다. 소설가 정이현은 이 책을 두고 “오늘의 한국사회를 설명해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추천사)이라 평했다. 여기 실린 8편의 소설은 주로 이삼십대 젊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자의 애환이 담긴 직장생활의 디테일이 대단히 실감나게 그려졌음은 표제작에 대한 ‘현직’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거니와 작가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상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청년들의 아픔을 세심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반짝이는 우리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아름답게 담아낸다. 눈물짓되 침잠하지 않고, 힘에 부치지만 자기 나름의 지혜로 잘 버텨나가며, 어떻게든 삶의 기쁜 장면을 만들어낼 줄 아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가 이 책 곳곳에 스며 있다. 재미, 개성, 시의성 등 여러 면에서 단연 발군의 면모를 갖춘 이 놀라운 신예의 작품은 이제 곧 새로운 십년을 맞이하는 우리 소설이 필히 주목해야 할 중요한 지점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저자
장류진
출판
창비
출판일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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