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몸 이야기를 읽으면서 독서노트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책을 정말 재밌게 읽고, 생각할 거리도 많아서 독서노트가 너무 길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이 책이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음을 핑계로 총 세 번의 글로 나누어서 작성하려고 합니다. 1장에 대한 독서노트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p.99) 암세포의 특징(1) : 불멸화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가장 큰 차이는 '불멸화(immortalization)'이다. 몸을 구성하는 정상세포 - 생식세포를 제외하고 -는 모두 세포 분열에 한계를 지닌다(헤이플릭 한계Hayflick's limit). / DNA의 양쪽 끝 부분에는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로 채워져 있기 마련인데, 이 부분을 텔로미어(telomere)라고 한다. 양쪽 끝 부위에 DNA를 보호하는 텔로미어가 있더라도 DNA 복제가 반복되면 텔로미어는 점점 짧아지게 되고 결국 위험수준에 이를 만큼 짧아진다. 보통 이 수준에 이르게 되면 세포는 스스로 세포 자살(apotosis) 시스템을 가동시켜 미련 없이 생명 활동을 멈춘다. 하지만 정상세포에 어떤 이유에선지 짧아진 텔로미어를 만들 수 있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즈(telomerase)가 다시 생성되면, 그 순간부터 정상세포는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된다. 텔로머레이즈가 분비되면 아무리 세포 분열을 거듭하더라도 텔로미어의 길이가 유지되기 때문에 세포 자살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게 되고 끊임 없이 분열을 거듭하며 죽지 않는 세포가 만들어진다. / 헬라세포(HeLa cell)는 1951년 헨리에타 렉스(Henrietta Lacks)라는 여성의 자궁암 세포에서 분리해낸 세포인데, 처음 발생한 이후 반세기가 지난 현재까지 수없이 분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있을 정도로 엄청난 분열능력과 생존능력을 자랑한다.
암세포는 '죽지 않는 세포'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어떤 과정으로 암세포가 죽지 않는지는 알지 못했다. 텔로머레이즈라는 효소가 분비되어 텔로미어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면서 일어나는 과정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헬라세포인데, 우리 부모님보다 나이가 많은 세포가 살아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한편 책을 맨 처음 읽었을 때네는 텔로머레이즈가 하나의 현상인즐 알았는데, 효소의 이름이었다.
(p.102) 항암제의 원리와 부작용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항암제 중 많은 약들이 '암세포는 다른 세포에 비해 분열이 빠르고 많이 일어난다'는 것에 착안해 '세포 분열 시에 독으로 작용하는 물질'을 이용해 만들어지곤 한다. 이런 계통의 항암제는 반드시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포 분열이 빠른 세포에게 더 치명적인데, 정상세포에 비해 암세포의 세포 분열이 훨씬 활발하게 일어나므로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몸의 정상세포 중에서도 다른 부위에 비해 활발하게 분열하는 세포 - 모근세포, 위장내벽세포 등 - 가 타격을 입어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항암제는 세포 분열의 속도를 이용한 약품이다. 그 결과 암세포 보다는 느리지만 일반 세포보다는 빠른 다른 세포들이 공격을 받는 부작용이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암환자는 머리가 빠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왜 그런지는 알지 못했는데 알게되었다.
(p.104) 암세포의 특징(2) : 전이
암세포는 분열을 거듭해 종양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자라면 혈관 생성 인자를 분비해 종양에 직접적으로 영양분을 가져다줄 혈관을 새로 만들고, 나중에는 이 혈관을 타고 몸속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새로운 기관에 자리를 잡으면서 그 분위에도 암을 전파시킨다. 이런 현상을 '전이'라고 하는데, 일단 암이 전이되었다는 것은 혈관을 타고 암세포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기존에 발생한 암을 수술로 제거하더라도 혈관 속의 암세포가 다른 곳에 자리 잡아 암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예후가 좋지 못한 것이 보통이다.
암이 전이되는 경우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원리를 알지 못했는데, '혈관 생성 인자' 떄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의 탐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탐욕이라는 것은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넘어서 무한정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그러한 탐욕이 생물학적으로 표현된 것이 암세포가 아닐까 한다. 물론 인간의 심리적 욕구가 세포에 반영된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떄, 한 개인이 무한정 많은 것을 소유하고, 영원히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타인을 착취할 때, 그가 바로 '암세포'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텔로머레이즈를 분비하여 영원히 불멸을 꾀하며, 나아가 혈관 생성인자를 통해 타인을 착취하여 영생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암세포이기 때문이다.
(p.105-114) 암을 일으키는 원인들
정상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돌변하는 계기에 바이러스가 일조하기도 한다. 특히 여성에게 많은 자궁경부암은 '인간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간암의 경우에도 간염 바이러스와 밀접한 관계를 지니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유전이다. 현재까지 암과 유전의 확실한 관계가 지목된 것은 유방암과 대장암, 두 종류 뿐이다.
세 번째로, 화학물질이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벤조피렌(benzopyrene)이라는 물질이 굴뚝 청소부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 여러 가지 화학물질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실제로 몇몇은 암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석면이다.
네 번쨰로 유력한 발암 요인으로 방사선을 꼽을 수 있다. 우라늄보다 월등히 강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라듐은 만병통치약으로 인식되어 불티나게 팔린 적도 있었다. 20세기 초반에는 상처에 바르는 연고나 붕대, 화장품과 치약, 비누 등에 라듐을 넣어 팔았고 심지어 라듐 성분이 든 생수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다. 라듐이 정말로 위험하다고 인식되게 된 계기는 1928년 한 시계 공장에서 일어난 여공들의 이상한 죽음이었다. 야광 시곗바늘을 만들기 위해 여공들은 시계 조립대 앞에 앉아 시곗바늘에 라듐이 든 도료를 칠했는데, 도료를 번지지 않고 깔끔하게 바르기 위해 종종 붓 끝을 침으로 뾰족하게 만들곤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이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혀과 구강에 생긴 암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이럴 떄 하는게 아닐까? 저 불쌍한 여공들의 죽음을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까...한편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조금씩 죽여가고 있는 무지의 물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지금 내 머리 위에 있는 사무실 천장 소재(택스)가 석면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만약 석면이라면? 나는 지금 내 머리 위에 세계보건기구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을 두고 숨쉬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과연 이것으로 예방이 될 수 있을까? 그래서 알아보았다. 내 머리위에 있는 택스가 석면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을!
위 블로그 글을 요약해보자면, 1) 건물의 준공연도가 2009년 이전이거나, 2) 규격이 가로 603 * 303mm거나, 3) 석면의 단면이 회색의 여러 겹으로 된 얇은 막이라면 석면 재질인 것이다. 내가 앉아있는 이 건물은 최소 2007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그럼 말 끝났다. 나는 1급 항암물질을 내 머리에 이고서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마치 100여년 전 여공들이 라듐이 뭍은 붓을 핥았떤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찾아보니 석면 가루가 날릴 상황이 아니라면 극도로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석면, 알면 대비할수 있어요(환경부 자료)). 하지만 알게 모르게 눈에 보이지 않는 석면 가루가 날리고 있을 수 있다. 또 내가 일하는 사무실의 경우, 건물이 노후되어 가끔 천장에서 물이 떨어져 텍스를 뜯고 공사를 한다. 그 때 석면 가루가 안날릴 수가 없다. 결국 코로나 19가 종식되어도 나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거리에는 미세먼지가, 사무실에는 석면가루가...이제 마스크 없는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p.114-121) 암에 대처하는 방법
암을 치료하는 가장 일차적이고 기본적인 방법은 '암 절제'다. / 일상생활에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번쨰 규칙은 금연과 금주다. 두번째는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탄 음식이나 맵고 짠 음식이 위암을 일으키고, 기름진 음식이 대장암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또 곰팡이가 핀 음식은 곰팡이에서 유래한 강력한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aflatoxin)으로 오염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들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세번째는 암과 관련된 미생물의 접촉을 막는 것이다(간염바이러스, 인간유두종바이러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 등). 네번째는 균형잡힌 식생활, 적당한 운동, 스트레스 해소 등으로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쯤되면 상당히 허무하다. 좋은 대학에 간 학생에게 어떻게 공부했냐고 물어봤더니, 국영수를 중점적으로 이해하면서 공부했고 열심히 했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암이라는 것은 세포의 정상적인 분열 수준을 넘어 이상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정상 생활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정상 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뭐든지 기본이 가장 어렵다. 그것을 잘 지키는 것이 힘들 뿐이다.
(p.124) 치매(dementia)란 특정 질환의 명칭이라기 보다는 '인지능력의 감퇴'와 관련된 다양한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헌팅턴병 등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과 뇌출혈이나 뇌졸중으로 인한 뇌세포의 파괴, 혹은 뇌에 가해지는 물리적 충격은 모두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이다(전체 치매환자의 60%는 알츠하이머 환자). 치매의 원인이 되는 것은 신경세포의 근본적인 특징, 즉 한 번 분열이 끝나면 다시는 재생되지 않는다는 특징에 기인한다. 뇌의 신경세포만큼은 한 번 분열이 끝나면 다시는 재생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든 뇌세포를 잃게 되면 그걸로 끝이다.
개인적으로 치매는 공포의 질환이다. 공포의 원인은 '불확실성'에 있다. 나나 내 주변의 누군가가 치매에 걸리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래서 치매의 뜻을 찾아봤다. 치매는 '癡呆'로서, 어리석을 치에 어리석을 매자를 쓰는 병이다. 즉 바보 멍청이라는 뜻인데...이 명칭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치매 환자 중에 자기가 바보 멍청이가 되고 싶어서 되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이 글을 쓰면서 한 영화가 생각났다. 배우 윤정희가 주연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이다. 중소 도시에서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할머니가 성폭행에 가담한 손주를 기르는 이야기이다. 영화의 주인공 역을 연기한 배우 윤정희는 영화에서처럼 실제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았고, 최근 그의 남편이 그녀를 프랑스에 방치했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도 했다. 한 때 세상을 풍미했던, 예술적 감수성으로 세상에 가치를 전했던 한 여배우의 삶이 이렇게 저물어 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이처럼, 알츠하이머는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간성을 파괴하는 질병인 것이다.
(p.127-132) 최적화된 상태의 유지를 위해 재생을 포기한 신경세포
산경계는 크게 몸의 중앙에 위치하며 뇌와 척수로 이루어진 중추신경계, 그리고 신체의 각 조직들과 중추신경계를 잇는 말초신경계로 나뉜다. 이 중에서 말초신경계에 존재하는 세포는 상처를 입었을 때 재생과 복구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재생이 가능한 말초신경계와는 달리 중추신경계는 한 번 손상을 입어 파괴되면 다시는 복구되지 않는다. / 중추신경계에 자리 잡은 희돌기세포는 신경세포가 손상을 입으면 이를 보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축색돌기의 성장을 방해하는 물질을 분비해 신경세포의 재생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가 손상을 입으면 재생이 상당히 어려운 것이다. / 뇌의 신경세포는 단순한 운동기능, 감각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기억과 학습, 인지 기능까지 담당한다. 따라서 이 부위의 신경세포는 최적화된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에 일단 한 번 특정한 정보를 담게 되면, 가능하면 바뀌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 이렇게 뇌의 신경세포는 특정한 정보나 행동을 기억하고 이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신경세포는 신체의 다른 부위에 있는 세포처럼 세포의 분열과 재생이 활발한 경우 오히려 이로 인해 기존에 만들어졌던 정보의 저장 부위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p.141-143) 식욕 조절의 원리 : 렙틴과 그렐린의 길항작용
렙틴(leptin)은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져 분비되며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렐린(ghrelin)은 주로 위장에서 분비되는데, 식사 전, 그러니까 위장이 비어있는 때 분비량이 많아진다. 그렐린의 분비량이 늘어남과 동시에 뇌의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뉴로펩타이드 Y라는 물질이 활성화되면서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섭식중추를 건드리게 된다. 음식을 먹어 위장이 채워지고 혈당이 다시 높아지면 그렐린의 분비는 줄어들게 되는데 바로 이 시점에서 렙탄의 분비량이 늘어난다. 그리고 렙틴은 시상하부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들도록 만든다. 이런 조절과정을 통해 인간은 적당한 식욕을 가지게 되고 적당한 범위 내에서 체중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에는 주유 경고등이 있다. 차량을 운전하려면 기름이 필요한데, 그 기름이 일정량 이하로 떨어져 연료가 부족하면 계기판에 불을 켜서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역할이다. 한마디로 자동차가 '저 배고파요 밥주세요'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몸의 그렐린이 하는 역할이다. '어, 살아가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에너지를 만들 영양소가 없으니까 어서 에너지를 공급해!'라고 뇌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반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자동차의 유류 탱크 용량 이상으로 넣게 되면 아주 큰 일이 발생한다. 물론 대부분의 주유기에는 센서가 있어서 탱크 수위 이상으로 기름을 넣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주유기에 달린 유류 수위 감지 센서가 곧 우리 몸의 렙틴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만, 그만! 이제 더 먹지 않아도 돼! 더 넣으면 기름이 넘친단 말이야!'라고 신호를 주는 것이다.
(p.144-146) 인류의 과거는 저울을 렙틴 쪽으로 기울게 했다.
식욕을 조절하는 과정은 서로 길항작용을 하며 조화를 이루지만 그 무게중심은 '식욕을 줄이는'쪽보다는 '식욕을 늘리는'쪽으로 쉽게 이동한다. 이는 오랜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의 유전자가 이를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 우리의 유전자는 아주 척박한 환경에 적응되게끔 진화되어왔다. 인류는 수백만 년 이상을 영양이 부족한 환경에서 악전고투해야 했고, 그래서 남는 에너지를 배설하는 소모적인 시스템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원래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은 크게 돈 욕심이 없다. 이러나 저러나 돈은 언제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시하거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일이 거의 없다.(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많지만). 그러나 졸부들은 언제나 으스댄다. 그리고 게걸스럽게 돈을 추구하고, 다른 사람을 착취한다. 자신이 누리는 부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인류는 지난 역사를 통틀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배고프게 보내왔다.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늘어난 영양을 놓치고 싶지 않아한다. 어떻게든 확보할 수 있을 때 최대한 가지려 한다. 물들어올 때 노를 젓는 것이다.
(p.151-152) 포도당은 원재료요, 미토콘드리아는 공장이로다.
혈당(血糖)이란 말 그대로 혈액 속에 포함된 당 성분, 특히 포도당을 의미한다. 세포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 내 에너지 생산 공장을 가동시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인 아데노신 삼인산(adenocine triphosphate, ATP)을 얻는데, 미토콘드리아를 가동시키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것이 포도당이다.
(p.152-153)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통한 원재료 수급 균형
혈당이 높아지게 되면 췌장의 베타세포는 혈당을 낮추는 물질인 인슐린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일차적으로는 포도당을 모아서 간으로 가져가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하는 일을 돕고, 이차적으로는 이를 지방으로 바꿔 지방세포에 축적하는 일을 돕는다. 혈당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남는 포도당을 미리미리 비축해놓는 것이다. 반대로 한동안 음식을 먹지 않아 혈당이 떨어지게 되면 췌장의 알파세포가 글루카곤을 분비한다. 글루카곤은 간으로 가서 인슐린이 저장해두었던 글리코겐을 다시 포도당 형태로 바꾸어 혈액속으로 내보낸다. 만약 어떤 이유로든 이 균형 상태가 깨지게 되면 혈당을 조절할 수 없게 되어 신체에 이상이 오게 되는데,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당뇨병이다. 당뇨병이란 혈액 속에 지나치게 높은 양의 포도당이 존재해 신장에서 모두 걸러지지 않고 소변 속에 섞여서 배출되는 질환을 말한다.
(p.156-157) 당뇨병의 유형과 원인, 그리고 인슐린 저항성
제1형 당뇨병은 췌장에 있는 랑게르한스섬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었거나 기타 이유로 아예 인슐린을 만들어 내지 못해 발생하고,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은 분비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 기능을 떨어뜨리는 '인슐린 저항성'을 지닐 때 발생한다. / 현대인의 당뇨병은 85퍼센트 이상이 제2형 당뇨병(인데), 우리 몸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왜 나타나는지 명확히는 알 수 없지만, 많은 경우 비만을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고열량 식사를 한 후 신체 활동을 충분히 하지 않게 되면 핏속의 혈당은 높은 상태로 오랜 시간 유지되며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분비하게 된다. 인슐린의 분비와 억제는 적당한 선에서 반복되어야 하는데, 계속 인슐린이 분비되어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어느 순간 더 이상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나게 된다.
(p.169) 심장의 기능 : 폐순환과 대순환
혈액은 기본적으로 신체 각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조직으로 부터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받아오는데, 이를 위해서 심장은 폐순환과 대순환이라는 두 가지 회로를 가동시킨다. 먼저 폐순환이란 심장과 폐 사이에 일어나는 순환으로, 우심실은 폐동맥을 통해 폐로 혈액을 보내고 혈액 속의 적혈구는 폐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탕소를 버리고 산소를 가득 머금은 상태로 폐정맥을 통해 좌심방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산소를 가득 품고 심장으로 돌아온 혈액은 다시 좌심실로 들어간 뒤 대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가고 모세혈관을 통해 조직 구석구석으로 전달되어 산소를 전해주고 대신 이산화탄소를 받아 대정맥을 거쳐 우심방으로 들어오는데, 이를 대순환이라고 한다. 심장은 폐순환과 대순환을 통해 혈액과 조직 사이의 가스 교환을 주도하는 것이다.
(p.171-172) 미토콘드리아(발전소), 산소와 포도당(연료), 혈액(배달원), 심장(중앙통제관)
포도당 + 산소 + ADP + 인산 = 이산화탄소 + 물 + ATP + 열에너지 /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은 ATP 충전을 위해 끊임 없이 포도당과 산소를 공급받아야 한다. 세포들에게 포도당과 산소를 전달해주는 특급 배송 시스템이 바로 심장을 주축으로하는 순환계이다.
(p.173-174) 이렇게 중요한 심장에 병이 많이 생기는 이유
가지고 태어난 심장은 그대로인데, 평균수명이 늘어났다는 것은 심장이 과거에 비해 십수 년을 더 박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혈액의 점도(가 높아졌다. 그래서) 심장은 더 힘차게 박동해야 한다. 혈액 속 지질들은 혈관 벽에 달라붙어 더께를 이루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면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 여기에 산소가 부족한 생활이 더해지면 심장은 정말 피곤해진다. 환기되지 않은 공기에는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심장이 같은 양의 산소를 조직 세포들에게 전해주려면 더 많은 혈액을 보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p.179-184) 아토피는 우리 몸의 경찰관이 범인을 오해해서 일어난 사건이다.
B세포(백혈구 림프구에 존재하는 면역세포)등의 면역세포는 면역학적 무기, 즉 항체를 만들어 이물질을 퇴치하는 데 공헌한다. 이때 만들어지는 항체를 면역글로불린(줄여서 Ig라고 표기)이라고 부른다. 아토피 피부염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의심되고 있는 것이 바로 면역글로불린E, 즉 IgE이다. / 외부에서 유입된 이물질을 대식세포가 먹어치워 조각을 전시하고 다니면, B세포가 이를 인식해 면역글로불린의 일종인 IgE를 만들어 이물질에 대한 전 방위적인 공격을 시작한다. 이때 IgE는 비만세포(mast cell)라는 다른 종류의 면역세포를 불러들인다. IgE의 부름을 받아 나타난 비만세포는 이물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물질을 분비하는데, 대표적인 물질이 히스타민(histamine)과 헤파린(heparin)이다. 체내의 면역계가 이물질과 싸우는 것을 돕기 위해 히스타민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분비샘을 자극해 체내의 물질 흐름을 활잘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히스타민이 분비되는 곳에서는 이물질과 면역계의 싸움이 격렬하게 일어나게 된다. 이 증상을 우리는 '염증'으로 느끼게 된다. / 이렇게 면역세포가 외부에서 침입한 이물질 중 신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물질에 요란스럽게 반응하거나 눈이 멀어 스스로의 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을 알레르기(allergy)라고 한다. (알레르기가 일어나는 위치에 따라서 질병의 유형이 달라진다. ex: 피부-아토피, 기관지-알레르기성 천식, 코-알레르기성 비염, 관절-류머티즘)
B세포, 면역 글로불린, 비만세포, 히스타민 등 다양한 신체 내부의 경찰들이 등장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내 몸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하지만, 범죄자가 아닌 녀석들을 범죄자로 오인해서 몸에 이상 반응을 일으킨다는 데 있다. 즉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오해해서 강압수사를 벌이는 것이 잘못된 염증, 알레르기라고 할 수 있다.
(p.185-191) 적당히 노출되어야 적당히 강해진다(알러지 발생의 원인, 그리고 해결방안).
지나치게 위생적인 환경이 오히려 알러지를 발생시키고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곤 한다. / 위생과 청결 습관이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성 미생물과 같은 '마이너스 자극'을 제거했지만 동시에 면역계를 강화시키는 '플러스 자극'마저 없애버려 알레르기 질환을 증가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든 것이다. / 가장 효과적으로 알레르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회피요법이다. / 적절한 약물을 사용해 증상을 개선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 알레르기를 치료하려면 근본적으로 면역계를 교정해야 한다. 알레르기의 치료는 개인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접근하는 '맞춤 의학;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단계를 두고 면역계를 알레르겐에 적응시키는 '면역요법'이다. 이는 먼저 알레르기 테스트를 통해 개인에게서 알레르기를 유발시키는 특정 알레르겐을 찾아내고 의사의 지시 하에 이 물질을 아주 적은 양부터 투여하다가 점차 양을 늘려가며 체내의 면역계를 자극해 해롭지 않은 물질이라고 인식시킴으로써 면역계를 교정시키는 방법이다.
(p.194-195) 선천성 유전 질환의 발생
암이나 당뇨, 알레르기 같은 질환도 유전력이 있다는 것은 발생할 가능성이 다소 높다는 것뿐이지 반드시 발병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천성 유전 질환은 다르다. 선천성 유전 질환은 유전자의 이상으로 일어나며, 특정 유전자를 지니고 있거나 이상이 있는 경우 예외 없이 발현된다. 대개 선천성 질환은 유전으로 인해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종류의 선천성 질환이 반드시 유전으로만 발생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에게 이상이 없어도 자식에게 선천성 질환이 나타나기도 한다.
(p.195-196) 다운증후군(Down's syndrome)
원래 난자나 정자와 같은 생식세포는 감수분열을 통해 정상세포의 절반, 즉 23개의 염색체를 갖도록 만들어진다. 그래야 난자와 정자가 만나 새로운 수정란을 이루면서 인간의 염색체 기본 숫자인 46개가 맞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염색체가 둘로 나뉘는 과정에서 특정 염색체가 한쪽으로만 끌려가 24개의 염색체를 가진 난자나 정자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중에서 21번 염색체가 두 개 들어간 정자나 난자가 다른 난자나 정자와 만나 수정란을 형성하게 되면, 21번 염색체가 세 개인 아기가 태어나게 된다. 이 여분의 염색체가 바로 다운증후군을 일으키는 것이다. 즉, 다운증후군은 유전이 아니라 생식세포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