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몸 이야기, 세번째 독서일기를 계속해서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세번째 편은 무병장수의 길은 요원한가?라는 제목의 장입니다. 첨단 의학의 발달과 질병의 퇴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서 논의하는 장입니다. 이전 장에 대한 독서노트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p.208) 면역세포가 우리 몸을 지키는 두 가지 방법
면역세포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외부 물질을 처리한다. 하나는 외부 물질을 공격하거나 먹어치우는 등의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외부 물질을 인식해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단백질, 즉 항체를 만들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돕는 방법이다.
외부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왔을 때, 대식세포가 해당 물질을 잘게 찢고, 면역 글로불린과 비만세포 등이 힘을 합쳐 그 물질을 처리하는 것이 아마도 첫번째 방식일 것 같다. 반면 항체를 형성하는 방법이 바로 백신을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일 것 같다.
(p.209) 면역계의 베테랑, 기억세포
우리의 면역계는 일단 어떤 침입자에 대해 항체를 만들면 그것이 사라졌다고 해서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남겨서 기억세포(memory cell)에 저장해둔다. 그리고 같은 종류의 침입자가 유입되면 우리의 면역계는 기억세포에 저장해둔 것을 바탕으로 항체를 다시 만든다. 이때는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둔 것을 복사해내는 것뿐이어서 항체를 매우 빠르게 그것도 대량으로 만든다.
(p.213) 두창을 지구 상에서 몰아낸 인류
1967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 정도가 두창에 감염되어 고통 받았지만, 불과 10년 뒤인 1977년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마지막 두창 환자가 발생한 이후 지구 상에서 더 이상 두창 환자가 보고된 적이 없다. 1980년 WHO는 공식적으로 지구 상에서 두창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파상품, 백일해, 홍역, 결핵 등도 백신의 개발로 발생률이 급감했다.
인류는 언제가 될 지 모를 미래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지구 상에서 완전히 박멸시킬 수 있을까? 자연의 수많은 바이러스들은 인류를 공격해 왔다. 그리고 인류는 그런 바이러스의 도전에 응전해왔다. 그리고 많은 피해와 희생을 딛고 백신을 개발해서 질병을 극복해 왔다. 지금 당장은 코로나-19가 인류의 안정을 위협하지만, 언젠가는 두창에 대해서 그랬던 것 처럼 완전 종식을 선언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p.218, 220) 제멜바이스, 의사의 더러운 손이 환자를 죽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하다.
의사가 환자를 살리는 구원자가 아니라 환자를 병들게 하는 파괴자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한 최초의 인물은 헝가리의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Ignaz Semmelwise)였다. / 제멜바이스는 면밀하게 관찰한 결과, 의사와 의대생의 '손'이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염성 미생물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당시 의사와 의대생은 사체를 해부한 뒤 제대로 손을 씻거나 옷을 갈아입지 않고 바로 산과로 돌아와 아이를 받았다. 개중에는 질병으로 죽은 사체도 있었기 때문에 이 과정에는 종종 그들의 손에 질병의 원인균이 묻기 마련이었고, 의사의 손에 묻은 균은 상처를 통해 산모의 몸속으로 들어가 산욕열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것이 의사의 진료를 받았던 1과의 산모들을 죽인 원인이었다. / 소독액으로 손을 씻는 간단한 행위가 가져온 결과는 놀라웠다. 의사들이 아직 손을 씻지 않은 1848년 초반 1과에 입원한 산모의 사망률은 18.3퍼센트에 달했다. 하지만 의사들이 손을 철저히 씻기 시작하자 1848년 후반 1과의 산모 사망률은 1.2퍼센트로 급격히 떨어졌다.
(p.223) 조지프 리스터, 무균 수술법을 고안하다.
1862년 파스퇴르가 '생물속생설'을 증명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질병 사이에 강력한 연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영국의 외과의사 조지프 리스터(Joseph Lister)는 이를 바탕으로 '무균수술법'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 환부에 직접 닿는 물건을 소독해 상처를 꺠끗하고 안전하게 유지하는 리스터의 수술기구 소독법은 상처의 이차 감염률을 줄일 수 있었고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 소독(disinfection)은 살아 있는 미생물을 제거하는 물리적, 화학적 절차이며, 멸균(sterilization)은 살아 있는 미생물뿐 아니라 아포까지 제거하는 좀 더 적극적인 방식이다. / 미생물은 환경이 열악해져 생존을 위협받게 되었을 때 두 개의 미생물이 결합되면서 두꺼운 세포벽을 가지는 상태, 즉 아포 상태로 변신되곤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포는 두꺼운 껍질 덕에 외부의 자극에 매우 저항이 강해서 수분 없이 몇 개월 이상 생존할 수 있다.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의학 상식들도, 과거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몸을 다쳐서 불편하게 살아야 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2021년을 살고 있는 나는 어찌보면 많은 의학적 혜택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19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첫째가 손닦기, 둘쨰가 마스크 착용으로 알려져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나도 제멜바이스 덕분에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 그런데 한편 제멜바이스의 주장이 의학적 정설로 받아들여지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그의 주장은 미친 사람의 주장이라고 치부되어, 그는 결국 정신병원에서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옳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어도 세상이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그는 미치광이 취급을 받게 된다.
심리학 실험 중에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동조하느라, 정작 본인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지 않는 현상을 증명한 실험이 있다. 이 실험을 주관한 박사의 이름을 딴 효과인데, 바로 애쉬효과이다. 이 실험은 피실험자 1명을 뺴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짜고서 그 한 사람에게 압력을 가하는 실험이었다. 즉, 피실험자 1명에게 왼쪽 막대기의 길이와 똑같은 길이의 막대기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실험이었다. 당연히 C가 왼쪽 그림의 막대기와 길이가 같다. 그러나 나머지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A나 B가 왼쪽 그림과 같은 길이라고 주장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주장에 동조하여 C를 대답하지 않는 촌극이 벌어진다.
제멜바이스의 이론이 옳다고 생각한 의사들도 그 당시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대다수의 의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제멜바이스의 이론에 동의하지 못하고 비겁하게 잘못된 의료 관행을 지속해 나갔을 것이다. 의사들이 비겁해서 그럴 수 있었다고 치자. 그러나 문제는 잘못된 의료 관행 떄문에 죽어간 사람들이다. 누가 그 죽음을 보상해 줄 것인가? 제멜바이스는 참으로 답답했을 것이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결국 정신병원에 가서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p.230-231) 백신, 소독(멸균)의 한계 : 사후약방문
백신은 '예방'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질병이 일단 발병한 뒤에는 소용이 없었다. 상처와 의료기구를 깨끗이 소독하고 멸균하는 방법은 상처로 이차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어도 일단 감염이 일어나 염증이 생긴 상처에는 속수무책이었다. / 소독약들은 상처를 감염시키는 균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 세균에 저항하는 백혈구까지 죽이는 부작용을 지니고 있었고, 더군다나 피부만 소독할 수 있었으므로 상처가 이미 감염되어 내부로까지 균이 유입되었다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p.232) 플레밍, 항생제를 발견하다.
배양접시를 관찰하던 플레밍은 이상하게도 푸른곰팡이가 피어난 주변에 포도상구균이 자라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 항생제(antibiotics)란 anti(항, 抗) + bios(생명)에서 유래된 말이다. 항생제는 원래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다. 곰팡이 등의 미생물 중에는 다른 미생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을 죽이는 물질, 즉 천연 항생제를 지닌 것들이 있다. 인간은 미생물이 만들어낸 천연 항생제를 분리해서 독성을 없애고 정제해 항생제를 만든 것이다.
항생에서 말하는 '생'은 미생물을 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몸에 침입하거나 몸 속에서 생활하면서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박테리아)가 살아가지 못하도록 생명을 억압하는 약제이기 때문이다. 위기가 또다른 기회가 되고, 적으로써 적을 막는 인간의 지혜(이이제이)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p.233) 항생제(페니실린)의 작동원리 : 인간과 세균의 차이점을 집중 공략
어떻게 항생제는 세균만 골라서 죽일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사람의 세포와 세균의 세포가 지닌 몇 가지 차이점 때문이다. / 사람을 포함한 동물세포에는 세포벽이 없지만, 세균은 세포벽을 가지고 있다. 단세포로 독립생활을 하는 세균의 특성상 세포막 외부에 자신을 보호하는 세포벽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이 세포벽이 없으면 환경의 가혹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고 만다. 페니실린은 바로 세균이 세포벽을 만들지 못하게 방해함으로써 항생 효과를 갖는다.
(p.240-241) 등이 간지러운데 다리를 긁는다?
감기는 주로 리노 바이러스나 아데노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에 의해 기도 윗부분이 감염되어 일어나곤 한다. 감기의 원인이 바이러스이기 떄문에 항생제는 큰 소용이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항생제는 합병증이 없는 단순한 감기에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감기약을 처방받을 때는 항바이러스제와 함께 항생제를 처방받는다. 항생제는 감기 바이러스 떄문에 부수적으로 생겨난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다리가 간지러우면 다리를, 등이 간지러우면 등을 긁어야 한다. 바이러스 걸린 사람한테는 항바이러스제를, 세균에 감염된 자에게는 세균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물론 이 책이 2000년대 후반에 쓰여진 책이니 지금은 다를 수 있겠다.
(p.242-244) 항바이러스제는 어떻게 바이러스를 사멸할까?
바이러스의 생활사를 간단히 살펴보면, 바이러스의 일생은 숙주세포를 접한 바이러스가 표면의 돌기 등을 이용해 숙주세포에 단단히 결합한 뒤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숙주세포 안에 들어가면 바이러스의 단백질 껍질이 벗겨지고 DNA 혹은 RNA로 이루어진 유전물질이 숙주세포의 DNA에 끼어들게 된다. 숙주세포의 DNA 복제 시스템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DNA를 복제하고, 숙주세포의 단백질 합성 시스템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DNA를 합성해 낸다. 바이러스의 유전물질과 단백질이 충분히 합성되고 나면, 이들이 다시 결합해 바이러스의 형태를 갖추고는 다른 숙주세포를 찾아 떨어져 나가게 된다. /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의 생활사를 이용해 개발한다. 결합, DNA로 끼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약물, 단백질이나 효소를 억제시키는 약물, DNA복제나 역전사를 막을 수 있는 약물 등을 개발한다면 훌륭한 항바이러스제가 될 수 있다. / 전반적으로 항바이러스제의 효능은 항생제의 효능에 비해 떨어진다. 숙주세포와 바이러스를 따로 떼어서 공격하는 것이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p.248) 항생제, '사용 전에는 신중히, 사용한 뒤에는 꾸준히'
항생제는 '사용 전에는 신중히, 사용한 뒤에는 꾸준히'가 정석이다. 증상이 약해졌더라도 2~3일 만에 항생제 복용을 중지하는 것은 세균들에게 내성을 가지라고 트레이닝 시키는 꼴밖에는 되지 않는다.
감기약 등 각종 약을 먹다 보면, 아플 때는 식후 30분 이내에 꾸준히 먹는다. 그러나 어느 정도 증세가 완화되면 스스로 복용을 중단하는 경향이 있다.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게 내성을 형성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항체가 생길까봐 약을 아예 먹지 않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되고, 약을 먹되 꾸준히 먹어서 완전히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박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53) 통증, 우리 몸의 사이렌
아르피린은 아세틸살리실산이 주성분인 해열진통제이다. 자연에서는 버드나무 껍질에 많이 포함되어있다. 1899년 독일 바이엘 사에서 현대적으로 합성해낸 아스피린은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다.) / 왜 하필 통증이 이렇게 민감하게 느껴지도록 진화해온 것일까? 아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삶의 가능성을 훨씬 더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밖에 없다. 즉 통증은 인간이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감각이기 때문이다.
(p.255-) 진통제의 두가지 종류와 원리
현재 사용되고 있는 진통제는 크게 마약성 진통제와 비마약성 진통제로 나뉜다. 이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어떠한 경로로 작용해 통증을 진정시키냐에 달려있다. 마약성 진통제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모르핀(morphine)이다. / 모르핀이 진통 효과가 강력한 것은 통증을 느끼는 가장 최종 단계인 뇌에 직접 작용하기 떄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통증은 신경의 가장 끝 부분에서 인지되며 이 신호가 뇌에 전달되어 느끼게 되는데, 뇌가 이 신호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모르핀은 마치 TV의 '음소거'기 버튼처럼 작동한다. 그러나 모르핀을 비롯한 마약성 진통류는 중독과 금단 현상이라는 어두운 본성을 숨기고 있다. / 비마약성 진통제는 뇌에 직접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느끼는 신경말단 부위에 작용한다. 우리 몸은 신체에 이상이 생기거나 병원균이 침입하면 프로스타글란딘, 브라디키닌 같은 물질을 방출해 뭔가 몸이 이상하다는 신호를 뇌로 전달한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이러한 물질이 방출되어 뇌로 전달되는 것을 방해해 진통 작용을 하지만, 이 과정이 완전하지는 않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비교적 안전하고 중독성도 거의 없기 때문에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쉽게 살 수 있다. 아스피린, 타이레놀, 부루펜 등이 있다.
(p.260-261) 진통제도 다 같은 진통제가 아니다.
아스피린은 치명적인 라이증후군(Reye Syndrome)을 일으킬 수 있다. 주로 15세 미만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급성 뇌염으로 수두나 독감 등 바이러스성 질환과 아스피린이 복합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15세 미만은 가능하면 아스피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권하고 있다. 타이레놀 계열의 진통제는 비교적 안전해 임신 중에도 쓸 수 있는 진통제로 평가 받고 있다. / 사람에 따라서 아세트아미노펜계열이 더 효과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부플프로펜 계열이 더 효과적인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p.265) 호르몬(hormone)이란 '인체 내 내분비선에서 분비되어 신체의 생리적 기능을 조절하는 물질'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신체의 어떤 기관에서 분비되어 표적이 되는 다른 기관으로 이동해 역할을 수행하는 화학물질을 '호르몬'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지금까지 많은 호르몬들이 발견되었다. 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곳을 '내분비선'이라고 부른다.
가장 대표적인 호르몬이 몸 속의 혈당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다. 인슐린은 피에 섞여 있는 당분을 합성해서 간이나 지방에 글루코젠으로 합성하여 보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글루카곤은 체내에 혈당이 떨어지면 재고로 쌓여있는 글루코젠을 분해하여 사용하도록 돕는 호르몬이다. 우리의 신체는 산소와 포도당이 있어야만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를 생산해서 살아갈 수 있다. 위 호르몬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갑자기 무력해지는 등으로 이상 현상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호르몬은 항상 일관적이고 꾸준하게 생성되고, 기능해야 한다.
(p.269-270)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한 호르몬의 생산(인슐린)
합성이 되지 않는 호르몬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생체에서 채취하는 것이었다. 즉, 인슐린은 돼지의 췌장에서 뽑아 사용했고, 성장호르몬은 사체의 뇌하수체에서 추출해 사용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많은 양의 호르몬을 얻기가 힘들어 값이 매우 비쌌을 뿐 아니라 생체에서 뽑아낼 때 각종 오염이나 이상이 발생될 우려도 높았다. /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가시적으로 성공을 거둔 것은 인슐린의 생산이었다. 생명공학회사 제넨텍 사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인슐린의 인공 합성에 도전했고 결국 성공했다(1978년). 보통 대장균과 같은 세균은 커다란 중심 DNA말고도 플라스미드(plasmid)라고 불리는 고리 모양의 작은 DNA를 가진다. 중심 DNA가 세포 내에 항상 존재하는 것과는 달리, 플라스미드는 이 개체에서 다른 개체로 옮겨갈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세균처럼 무성생식을 하는 생명체는 이 플라스미드를 통해 유전자의 일부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유전적 다양성을 보충한다. / 대장균에서 플라스미드를 추출한 뒤 이 플라스미드에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붙여서 다시 대장균 속으로 집어넣은 것이다. 일단 플라스미드가 다시 대장균 속으로 들어가면 대장균은 이 플라스미드 속에 든 유전자가 원래 자신의 것이든 인간에게서 유래된 것이든 상관하지 않고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합성해낸다.
의학기술의 발전은 실로 놀랍다. 이제 우리 몸 속에서 생산되는 호르몬도 만들어 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의학이 많이 발전 했다는 것을 관념 속에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인간은 정말 많은 의학 발전을 이루어 냈고, 그 덕분에 내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76-280) 각기병과 괴혈병, 그리고 관찰의 이론적재성
각기병이란 말 그대로 '다리(脚)의 기운(氣)이 없어지는 병(病)'이라는 뜻으로, 초기에는 입맛이 떨어지고 피로감을 느끼는 정도로 시작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팔다리가 붓고 신경에 염증이 생겨 근육이 위축되며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이 나타나다가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는 병이다. (각기병에 걸렸던 닭들이 나았음 <- 닭에게 주는 모이를 백미에서 현미로 바꿈). 각기병의 원인은 세균이 아니라, 영양소의 부족이었다. / 괴혈병은 비타민 C의 부족으로 일어나는 질환이다. 모세혈관이 약해지므로 잇몸이나 구강에서 이유없이 출혈이 일어나게 된다.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 1469~1524)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가는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던 과정에서 괴혈병으로 선원의 절반 가까이를 잃게 되면서부터였다. 영국의 의사였던 제임스 린드(James Lind,1716~1794)는 오렌지나 라임 등 신 맛을 내는 과일의 과즙 속에 괴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해군의 식단에 라임을 추가함으로써 괴혈병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 관찰의 이론 적재성(Theory Ladeness of observation)은 이론은 관찰과 실험 결과를 쉽게 해석할 수 있는 '공식'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결과들을 맞지 않는 '틀'에 우겨넣는 무리수를 범하게 하기도 한다.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는 말이 있다. 곧 먹는 것과 약은 그 근본이 같다는 말이다. 우리 선조들은 무언가를 먹을 때도 좋은 것, 약의 효과가 있는 것을 잘 가려서 먹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 말을 기록해놓았던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식약동원은 정말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위 사례에서 각기병, 괴혈병은 모두 먹을 것을 잘 먹지 못해서 생겨난 질병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먹을 것이 많고, 넘쳐난다고 해도,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면 결국 각기병이나 괴혈병 같은 질병에 걸리게 된다. 그래서 어른들이 예전부터, '골고루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는 말을 하셨던 것 같다. 골고루 먹는다는 것은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해서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꼭꼭 씹어 먹는다는 것은 그러한 음식이 우리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정말, 살아가면서 필요한 많은 것들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던 것 같기도 하다.
(p.281) 비타민의 발견과 기능(효소)
1912년, 폴란드의 의학자 캐시미어 풍크(Casimir Funk, 1884~1697)가 쌀눈에서 각기병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최초로 분리, 정제해내는 데 성공한다. 그는 이 물질이 질소가 포함된 아민(amine)기를 함유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새로운 '필수 영양물질'들을 '비타민(vitamine)'이라고 명명한다. 하지만 추후 연구를 통해 아민기를 포함하지 않는 비타민도 발견되어, 결국은 마지막 e를 떼어낸 비타민(vitamin)으로 불리게 된다. / 비타민은 주로 생체 내에서 반응을 매개하는 효소나 효소를 보조하는 조효소를 구성하여 신체 기능을 조절한다. 효소는 생체 내 반응을 촉진하거나 저해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반응 전후에 변화하지 않는 물질이다. 즉 일종의 촉매다. 효소는 그다지 많은 양이 필요하지는 않다. 비타민의 하루 요구량이 대개 마이크로그램이나 밀리그램 단위로 매우 적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효소의 특성은 반응을 '조절'하는 것이기에, 모자랄 경우만이 아니라 남는 경우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무조건 많이 섭취하기보다는 적절한 양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p.289) 장기이식의 서두를 연 것은 각막이식이었다. 기증자의 장기가 수혜자의 면역 시스템과 충돌을 일으키게 되면, 이식된 장기는 생착은 커녕 수혜자의 면역세포의 공격으로 손상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거부 반응으로 수혜자의 생명 자체가 위태로워 질 수 있다.
(p.295) 장기이식의 첫 번째 유형 : 이종 이식
이종이식은 말 그대로 종이 서로 다른 생물체 간에 장기를 이식하는 것이다. / 2002년 1월 미국 미주리 대학과 바이오벤처 이머지 바이오 세러퓨틱스(Immerge Bio Therapeutics)사는 인체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복제돼지 네 마리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다. / 외부에서 다른 장기가 들어오면 인체의 면역계는 초급성, 급성, 만성이라는 3단계의 거부 현상을 보인다. 초급성 거부는 이식 수술이 끝나자마자 일어나는 격렬한 면역 반응으로, 일단 초급성 면역 거부 반응이 시작되면 몇 시간 내에 이식된 장기를 잃게 되고 심하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 초급성 거부 반응이 나타나면 이식된 장기를 제거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 인간의 면역계에는 없고 돼지에게만 있어서 인간의 면역계가 인식했을 때 격렬하게 거부하는 알파-1,3-갈라토오스를 만들지 못하게 한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나 미생물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원숭이는 SIV를 가져도 병에 걸리지 않는 반면 사람이 HIV에 감염되면 에이즈에 걸리게 되는 것(과 같다.)
(p.297) 장기이식의 두 번째 유형 : 생체 재료이식
안정적인 장기이식 수술을 위해 연구되고 있는 두 번째 분야는 생체 재료이식이다. 생체에서 채취한 장기가 아니라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인공관절, 인공피부, 인공 판막 등을 이식해 인체의 기능을 대신하도록 하는 것이다.
(p.303) 줄기세포의 유형, 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한계
줄기세포는 이를 채취하는 생명체의 발생 단계에 따라서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배아에서 채취하면 배아줄기세포, 성체에서 추출하면 성체줄기세포라고 한다. / 배아줄기세포는 질병 치료에의 가능성은 뛰어나지만, 근본적으로 두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첫째는 면역학적 문제로 인한 줄기세포의 이식 적합성 문제였다. (둘째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 그것도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어린 - 생명을 파괴한다는 문제 (, 즉 윤리적 문제 이다.)
(p.306) 성제 줄기세포 연구와 시사점
최근에는 면역학적 문제도 적고 윤리적 문제도 없는 성체줄기세포 연구 쪽으로 바뀌는 듯하다. 성인이 되더라도 신체의 일부 세포 중에 제한적이지만 다른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가 있다. 예를 들어 혈액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골수조직의 조혈모세포가 바로 그것이다. / 성체줄기세포가 각광 받기 시작하면서 덩달아 '귀하신 몸'이 된 조직이 있으니 바로 탯줄과 태반, 양막 같은 출산 부산물이다. 탯줄에서 얻은 혈액인 제대혈 속에 든 조혈모세포와 양막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중간엽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가 뛰어난 줄기세포 공급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 최근에는 줄기세포를 억지로 분화시키면 세포의 사멸주기에 영향을 미쳐 암세포로 변이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어 더더욱 이 분야의 현실적 적용은 신중해야 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내 주민등록증에는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예전에 대학교에서 우연히 어떤 수녀님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조혈모세포 기증이라는 절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신청을 해서 나의 조혈모세포가 전산상에서 수증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성체 줄기세포의 한 사례이다.
이번 글을 읽고서 조혈모세포 기증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드라마 등을 보면 골수 부분에 아주 크고 두꺼운 바늘을 억지로 쑤셔 넣어서 조혈모세포를 추출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나도 그 영상을 보고서 적지 않게 겁을 먹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의학 기술이 발달해서 말초혈 조혈모세포 기증 방식으로 조혈모세포를 채취하는 방식이 많다고 한다.
내가 만약 조혈모 세포를 이식받아야 하는 백혈병 환자라면 어떨까? 정말 하루 하루를 간절하게 기도하면서 나와 유전적 으로 일치하는 골수 기증자를 기다릴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갖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을 거두어 낼 수 있도록, 방송언론 등에서 골수 이식 방법에 대한 홍보가 많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 몇 일간의 아픔으로 몇십년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내 생명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는 일, 정말 멋진 일이지 않을까?
(p.310) 유전자 치료(gene theraphy)의 개념 그리고 과정
외부에서 유전자를 주입해 이상이 일어난 유전자를 대체하는 방법을 통해 이상이 생긴 유전자가 만들어내어야 할 단백질을 대신 만들도록 해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 특정 유전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서 이상이 생긴 유전자를 찾아내어 이를 교정하기 위해 이상이 없는 유전자를 정상세포에서 잘라내거나 합성한다. 그 다음에 이 치료용 유전자를 유전자 운반체인 벡터와 결합시켜 인체에 주입한다. 그렇게 체내로 유입된 치료용 유전자가 원하는 표적세포에 달라붙어 세포 안으로 유입되고 다시 세포가 가진 DNA속으로 끼어들어가 정상적으로 단백질이나 효소를 생산하게 만들면 유전자 치료는 성공인 것이다.
(p.312) 바이러스, 유전자 치료의 도구로 사용되다.(바이러스 벡터)
바이러스는 숙주세포 속으로 들어가면 자신의 유전물질을 숙주세포의 DNA속에 끼워 넣어 발현시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이런 특성을 이용하면 유전자 치료나 형질 전환 실험에서 유전자를 운반하는 벡터를 만들 수 있다.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분리한 후, 그 유전물질 중 사람 몸속으로 들어가서 독성을 나타내는 부분은 빼버리고, 대신 그 부위에 우리가 원하는 유전자를 집어넣는 것이다.
코로나-19백신으로 주목받는 아스트라제네카 사의 백신은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백신이다. 반면 화이자, 모더나 사의 백신은 mRNA방식의 백신이라고 한다. 인간은 언제나 위기에 봉착했고, 그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이제까지 개발한 적이 없던 mRNA 백신을 만들어 냄으로써 의학 기술의 발전을 이뤄낸 것이다. 이 책의 1권에서 부터 나왔듯, 인류의 역사는 곧 전염병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집단생활을 하면서 잉여 생산물을 창출해 낸 이후 전염병은 끊임없이 인류를 괴롭혀 왔다. 그 이후 생물속생설의 발견과 소독(멸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인체의 호르몬을 인공적으로 제조한 데 이어 인공 장기와 줄기세포 연구까지, 인간은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앞으로 더 많은 위기와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