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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동 분조카 'Brown Theory'를 만나다.

저는 커피를 참 좋아합니다. 요즘엔 커피 전문점이 많아져서 정말 커피의 '춘추전국시대'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사람들도 커피를 다양하게 즐기다 보니 수요와 취향이 차별화되었습니다. 그저 잠을 깨 주는 수단으로서 커피를 이용하는 사람부터, 커피를 통해 내면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사람까지 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커피는 그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즐기는 분위기도 중요합니다. '분조카(분위기 좋은 카페)'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카페의 분위기가 커피의 맛 못지 않게 카페 방문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계산동에 있는 분조카, Brown Theory를 소개합니다.

 

브라운 띠어리 위치, 영업시간 등

* 주소 : 인천 계양구 주부토로529번길 4 2층

* 전화번호 : 0507-1325-3755

* 영업시간 : 매일 12시~23시 (단, 화요일 정기 휴무)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browntheory_cp/?igshid=ra47psfrxjwh

 

브라운띠어리, 커피를 마셔볼까요

Brown Theory는 불친절합니다. 위치가 퉁명스럽습니다. 우선 인천에서도 '핫한' 동네가 아닌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인천하면 어디가 떠오르시나요? 송도? 청라? 부평? 그런 곳은 이미 너무 많은 '리단길'들이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와자지껄 떠드는 공장형 카페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신없고 사람만 많은, 커피 맛은 그럭저럭인 카페들 말입니다. 브라운띠어리는 '계산동'에 있습니다. 벌써부터 무슨 숨은 고수의 느낌이 팍팍드는 위치입니다. 게다가 1층에 있지도 않습니다. 무려 상가 2층에 있습니다. 1층부터 점령하기 시작해 2층을 차지하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니라, 1층은 김밥집, 3층은 교회인 말 그대로 '동네 상가' 2층에 있습니다. 카페의 위치부터가 뭔가 고수의 냄새가 납니다.

 

하필 이름은 왜 브라운 띠어리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에는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입니다. 브라운은 갈색, 띠어리는 이론을 뜻하지요. 아마도 커피에 관련된 이론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커피만 파는 전형적인 카페는 아닙니다. 칵테일과 위스키 등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위스키의 색상도 갈색이니, 커피와 위스키와 관련된 주인장님들의 생각을 담아낸 공간이라는 뜻이 담긴 상호가 아닐까요? 궁금증을 안고 좁고 오래된 상가의 계단을 거슬러 들어가 봅니다.

 

Brown Theory의 입구 모습입니다. 음...주인장들이 좀 철학적인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거 같기도 합니다. 반원형의 프랙탈 구조들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B와 T사이를 잇는 삼각형들의 대칭 구조도 눈에 띄구요. 아마도 커피와 위스키에 대한 운영진들의 생각과 철학은 '우연이 아닌 필연'임을 강조하기 위한 디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저 요행을 바라는 맛과 분위기가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되고, 확고하게 자리잡은 맛과 분위기로 방문자들에게 만족들 드리겠다는, 뭐 그런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마치 다른 차원의 우주에 온 것과 같은 분위기에 압도됩니다. 저 문 밖에서는 들리지도 않던 노래 소리와 이국적인 간접 조명들, 그리고 향긋한 커피의 향까지 완전히 다른 시공간에 온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합니다.

 

메뉴는 신기하게도 아이맥에 화면으로 띄워져 있습니다. 저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리고 어딜 맨 먼저 가면 가장 기본적인 맛을 먹기 때문에 X_Blend:초콜렛을 시켜보았습니다.

 

이 카페는 커피 60, 분위기 40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습니다. 샹들리에라니요. 

 

미러볼, 간접 조명등, 그리고 스툴까지. 온갖 힙한 녀석들은 다 모여있네요. 사람이 많을 때는 저기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각도에서 본 모습입니다. 뒷편에는 각종 소울 앨범들의 LP와 CD가 있었습니다. 음악을 잘 모르는 저인데도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앨범과, 위켄드의 앨범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이 취향이 확고하신 것 같더군요. 커피, 위스키, 소울이라. 부정하기 힘든 멋진 취향입니다. 존중해드리는 것으로.

 

한쪽에는 철학자가 담배피면서 일기를 쓸 것 같은 책상과 의자, 조명이 놓여있습니다. 저 뒤에 암막커튼이 분위기를 확 살립니다. 저 녀석 덕분에 카페에 들어오기 전에 속았습니다. 빛이 하나도 새어나오지 않아 영업 종료한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절대로 현혹되어서는 안됩니다. 11시까지 운영하니까요.

 

바리스타들의 무대입니다. 앞에는 소리 빵빵한 우퍼스피커와 마샬이 열심히 방문객들의 대화소리를 잡아먹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왁자지껄한 돗대기 시장같은 스타벅스의 느낌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행들의 목소리만 집중해서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어디 대학 갔다느니, 내가 부동산으로 얼마 벌었다느니(또는 잃었다느니) 하는 둥의 안물안궁, 다른 사람 이야기 듣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저 스피커에서는 유행가 보다는 일본 시티팝이나 소울, 컨트리 뮤직 등이 나옵니다. 사장님이 취향이 확고하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요즘은 보기도 힘든 저 CD들 중에는 스티비 원더, 김동률, 케니지 등 다양한 뮤지션들의 앨범이 있었습니다. 방문하시면 한번 구경해 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이게 구경 그만하고 커피를 마셔볼까요.

 

커피 소크라테스 등장

아! 커피 마시기 전에 한마디. 사장님이 굉장히 잘 생겼습니다. 키도 크시고요. '호남형'이라는 것이 사람이 된다면 사장님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여기서 호남형은 전라도 호남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아시겠지요? 실 없는 소리를 그만하고, 남자가 봐도 반하겠는 사장님의 미모가 커피의 맛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어쨌든,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도록 하겠습니다. 음! 아주 깊고 진한 맛이 느껴집니다. 다크 초콜렛 맛이 느껴지더군요. 이것이 어른이들이 느끼는 인생의 쓴맛인가 싶었습니다.

 

새로운 Theory에 설득당한 학생들의 학습태도

다만 좀 아쉬웠던 것은 커피가 조금 '덜 뜨겁게' 나와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다 보면 금시에 식어버린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커피가 차가워지면 매력이 좀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좀 더 따뜻하게 오래 마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 집 커피, Theory라는 별명을 불러도 충분할 정도로 이론적 배경과 논리적 구성이 탄탄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왜 있잖아요, 개중의 커피들은 논리가 아닌 궤변으로서 자신이 커피임을 입증하려는 유사커피들 말입니다. 그런 소피스트들 앞에 두둥등장하고 나타난 한 명의 소크라테스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산파술을 이용해 본인들의 주장이 궤변에 불과함을 입증하는 듯한 커피맛, 그래서 Brown Theory라는 이름을 당당히 달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흠씬 커피를 마시다 보니, 어느덧 자리를 털고 일어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지요? 한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맛은 전달해 드리지 못해도 소리와 분위기는 전달할 수 있을 테니까요. 불친절한 위치에 비해 아주 교조적인 맛으로 저에게 커피란 이런것이다, 카페란 이래야 한다는 커피의 '독트린'을 만들어준 Brown Theory였습니다. 우리 동네에 있어주어 고맙다! 카페야! 이 글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Value 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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